[시론] 전기료 현실화 늦추면 부작용 커진다

2022. 5. 3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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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부교수


한국전력의 재무적 위기가 전력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위기 징후는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부터 촉발됐으나 위기를 키우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요인이다. 연초에 비해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가 폭등해 발전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은 ㎾h당 200원을 넘어섰다가 최근 140원으로 하락했으나 작년 이맘때 76원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상태다. 발전원가는 오르는데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물건을 원가보다 밑으로 팔고 있으니 한전의 재무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가 7조7869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미수금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영업적자는 결국 회사채를 발행해 그때그때 메꿔야 한다. 현재 지불하지 않은 전기요금은 이자라는 혹을 달고 더 커져서 다음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경우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수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발행금리를 상승시켜야 한다. 점점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되고 결국 미래 소비자가 부담하든지 아니면 일반 세금 납부자인 전체 국민이 짐을 지든지 해야 한다.

이렇게 지불하지 않은 전기요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회사채 발행으로 막느냐 또는 국채 발행으로 막느냐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근본적 해결책인 전기요금 인상을 빼고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드디어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제를 도입하고자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발전사에 주는 발전대금을 실제 비용만큼 정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물건을 팔라는 얘기다.

정부는 연료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발전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실제 연료비는 별도 보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실질적 손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 사업자가 가장 반발이 심할 것인데 SMP가 상한만큼 하락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결도 쉽지 않을 것이다. LNG발전 사업자들도 저렴하게 계약한 장기물량을 발전용으로 도입해 얻는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략적 트레이딩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비싼 현물 LNG만이 도입될 것이다. 가격은 더 오를 것이고 결국에는 전력 수급 문제로 번지게 된다. 정치가 경제, 특히 시장에 직접 개입했을 때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만약 올여름이 평소보다 더워서 냉방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중앙 급전 발전기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전력원가 보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작동할 수 있을까. 발전사업자들이 언제까지 적자를 받아들이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름은 어떻게 넘긴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져 PNG(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워지면 올겨울 유럽의 LNG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 그때 우리가 LNG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순간 원전과 석탄을 최대한 가동해도 올겨울 전력시장은 재앙의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이에 대한 발전사 손실은 결국 한전의 부실을 더욱 키울 것이고 어떠한 미봉책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다. 왜 거짓말인가 하면 비과학적이고 비경제적이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원가 밑으로 파는 장사꾼은 언젠가 망한다. 이제 이런 비과학적 현상을 인정하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비경제적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원가 보상이 이뤄지도록 시급히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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