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받지마" 강남 고교생 대자보에..교장 뼈 때린 훈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기사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 8학군’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이전 학교 내신 성적을 그대로 인정하는 전학생 선정 처리 규정에 불만을 표하며 “중간고사 이후 전학생을 받지 말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30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에 지난 18일 오전 ‘중간고사 이후 편입으로 인한 불공정한 성적처리 반대 서명운동’이란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상대적으로 시험 난도가 낮은 학교에서 온 2학년 전학생의 원점수를 해당 학교 기준 등급으로 환산한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은 “이번 편입 이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는 편입을 받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일 오후 해당 고교 교장은 ‘교장이 학생들에게 주는 글’이라는 두장짜리 글을 배포했다.

교장은 글에서 “민주화를 갈망하던 선배들이 대자보를 붙였던 것은 공공의 이익 때문이었는데 지금 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편입해온 학생도 이미 우리 학교 학생이고 엄연한 권리가 있다. 서명을 하면서 문제제기를 하면 그 학생이 받을 마음의 상처가 어떠하겠나”라고 했다.

현행 제도에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전학이 이뤄진다. 중간고사 이전에 전학이 이뤄지면 시험 범위 등의 문제로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어서다. 이전 학교 중간고사 원점수는 전학 간 학교에 그대로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에 따르면 올 1학기 중간고사 난도가 특히 높았는데, 상대적으로 시험이 쉬운 것으로 평가받는 인근 학교에서 전학생이 오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해당 학교는 대자보 작성에 관여한 10여명 중 일부 학생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