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평양 섬나라 10개국과 경제·안보 합의 '불발'

권지혜 입력 2022. 5. 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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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 일부 국가 반대
中 "합의 도달 향한 중요한 발걸음 내디뎌" 자평
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30일 수도 수바에서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지에서는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중국이 제안한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는 일단 불발됐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포위 전략에 맞서 태평양 섬나라들과 포괄적 안보·경제 협정을 맺으려던 중국의 시도가 일단 실패했다. 일부 국가가 이번 협정 체결로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이 벌어질 수 있다며 중국의 구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0일 피지에서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니우에, 쿡제도, 미크로네시아 등 태평양 10개 도서국 외교장관은 회의에서 안보와 경제 협력을 망라한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했지만 협정 체결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AP통신은 미크로네시아가 이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다른 정상들에게 서신을 보내 “(중국과의 협정 체결은)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파누엘로 대통령은 특히 이번 협정을 “우리 생애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꾸는 단 하나의 합의”라고 설명하며 “잘못하면 신냉전 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AFP통신도 일부 국가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포괄적 개발 비전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장관 회의에서 각측은 관련 문건에 대해 새로운 공동 인식에 도달했고 최종 합의 도달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어 “각측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을 통해 더 많은 공동 인식에 도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장관 회의 서면 축사를 통해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태평양 섬나라와 뜻을 같이하는 좋은 친구, 고난을 함께하는 형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중국이 제안한 포괄적 개발 비전에는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이 현지 경찰을 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이버 보안 협력, 정치적 관계 확대 등도 포함됐다. 중국은 이를 위한 당근책으로 막대한 재정 지원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지난 26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태평양 섬나라 8개국을 방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순방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따른 맞대응으로 해석됐다. IPEF 출범과 쿼드 정상회의는 모두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 입장에서 제3도련선에 속한 남태평양 국가들과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국방전략상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장 호주와 일본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 괌과 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을 경계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했다.

특히 왕 부장이 방문한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는 중국이 군사기지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이다. 왕 부장은 미국의 태평양 군사 거점인 괌과 호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솔로몬제도에 민간항공 수송 협력, 경찰력 구축 지원 등 전면적 지원 구상을 약속했다. 이어 키리바시에서 인프라 정비 협력에 합의했는데 핵심은 캔턴섬에 위치한 활주로 개보수 사업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중국이 개보수 지원 대가로 유사시 활주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캔턴섬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3000㎞ 정도 떨어져 있다.

중국은 이들 나라와의 협력이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며 군사 거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17년 해적 퇴치를 명분으로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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