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조끼 입은 젤렌스키, 수도 처음 벗어났다..동북부 전세 역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를 처음 벗어나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의 전장을 방문했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방탄 조끼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하르키우의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는 영상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하르키우 지역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건물 2229채가 파괴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지역 3분의 1이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지만, 이들 영토를 모두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 군은 이 전쟁에서 최소한의 어떤 결과라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우리 땅을 지키리라는 것을 오래 전에 알았어야 했다. 우리는 싸울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에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이 지역의 보안 책임자를 해고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보안 책임자)는 전쟁 초기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일하지 않았고, 자신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해고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해당 인물을 보안 서비스 책임자 로만 루딘으로 지목했다.
BBC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로 불리는 하르키우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이 일대 전세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 시장과 지역 관리를 만나 "하르키우가 새로운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며 이 지역을 재건할 프로젝트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군은 하르키우 중심부에선 퇴각했지만 주변 돈바스 일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도네츠크주의 분쟁 지역인 라이만 마을을 점령한 데 이어 루한스크주의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포위하기 위해 포격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 상황과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군의 무자비한 포격으로 도시 인프라가 거의 파괴됐고 건물 90%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는 러시아 군의 끊임없는 포격 탓에 도시 출입이 어려워지고 있고 물 공급도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스트류크 시 행정국장은 "고립된 (민간인) 대피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며 "의료 지원이 필요한 부상자들이 (대피) 우선순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베로도네츠크에는 1만5000명의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리 가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외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베로도네츠크 점령은 러시아군의 임무"라며 "우리는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녀간 뒤 하르키우에는 수차례의 폭발이 발생했다. 하르키우 중심부에는 포격으로 인한 거대한 검은 연기 기둥이 나타났다고 한다.
한편 러시아가 동부 지역에서 대량 살상 무기로 사용이 금지된 소이탄을 투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기자 이완 맥도널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밤하늘에 소이탄으로 추정되는 탄약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공유했다. 앞서 영상을 게시한 이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방위군이 탄약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맥도널드 기자는 러시아가 9M22S 소이탄을 사용했다면서 "러시아 군이 쓰는 야만적이고 잔혹한 무기를 대항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빨리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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