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효과..보수층이 움직인다

2022. 5.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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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담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학습 효과에서 기인한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2018년 6월 12일에 열렸고, 7대 지방선거는 6월 13일에 치러졌다. 당시는 싱가포르 회담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근거는 이렇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초로 미국과 북한 정상이 회동한 ‘일대의 사건’이었다. 회담 성과물이 어쨌든, 일단 적대관계에 있는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전 세계적인 뉴스였다. 또한, 한반도 평화의 열망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이제 ‘진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서 한반도 평화가 이뤄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때문에 만남 성사에 기여한 여당 즉, 민주당 측이 선거에서 압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은 다르다. 한미 정상회담은 과거에도 자주 열렸다. 싱가포르 회담처럼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 대한 의미 부여는 여러 측면에서 가능하다.

첫째,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는 사실이다. 방한 시기로 볼 때, 가장 빠른 미국 대통령 방한이다. 이는 새로운 정부 입장에서 반길 만한 요소다.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외교에서는 단어 하나, 행동 하나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당연히 어느 국가를 먼저 방문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미국이 우리나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최소한 보수 진영에게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 연합 훈련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냐는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최근 부쩍 핵 위협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북한은 “윤석열 일당은 무모한 짓거리가 조선 반도의 첨예한 정세를 더 긴장시키고 스스로 핵 참화를 부르는 망동이 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핵을 갖고 협박하고 있다. 당연히 많은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와중이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차제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논의했으니, 적지 않은 국민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매우 위험한 대응’이라는 주장을 펴겠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계속 북한을 달래가며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불만을 가진 국민 수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또 다른 내용은,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는 단순히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반도 위기가 심화될 때, 미국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통해 조성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위기가 심화돼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한 우리 기업의 기업 활동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자신들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경제와 안보가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보수나 중도층에 나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 싱가포르 회담만큼의 충격적인 회담은 아니기에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유는 이렇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은 54.1%다. 대선이나 총선 평균 투표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정당 조직의 영향력은 커진다. 정당 조직 영향력은 일종의 상수라고 보면 되는데, 투표율이 높아지면 정당 조직 영향력은 ‘물타기’가 돼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투표율이 낮으면 영향력이 커진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선거 투표율이 낮을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이한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월 9~10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1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8%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모범생 콤플렉스’가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즉,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진짜 생각’보다 ‘정답’을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론조사에서 69.8%가 적극 투표 의향이 있다고 답했어도, 이를 근거로 투표율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18년 7대 지방선거를 봐도 그렇다. 당시에도 중앙선관위가 투표 의향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적극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70.9%였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60.2%에 그쳤다. 당시 여론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할 때 1.1%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지방선거보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보수나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온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보수나 중도 유권자가 가졌던 과거 정권에 대한 불만을 현재 정권이 해결해 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진다면,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분석도 어디까지나 추론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유민주주의’가 강조된 점, 그리고 안보 이슈에 대한 한미의 공고한 공조가 확인된 점 등은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을 듯하다.

보수가 결집하면, 이들이 투표장에 나올 확률은 높아진다. 결국 투표율이 낮거나 보수층 결집 효과가 크지 않으면 현재의 여론조사가 틀릴 가능성이 크고, 반대 경우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가 동조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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