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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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한다.
한동안 코로나로 못했던 야간 자율 학습이 다시 시작돼 오랜만에 감독을 하게 됐는데 교사인 나도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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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 기자]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한다. 한동안 코로나로 못했던 야간 자율 학습이 다시 시작돼 오랜만에 감독을 하게 됐는데 교사인 나도 적응이 안 된다.
우리 학교는 학년별 자습실이 따로 있고, 총 200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감독을 하러 가 봤더니 앉아있는 학생들은 모두 합쳐봐야 3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중 10명 정도는 이어폰 꽂고 스마트폰 보면서 '조용히' 놀고 있고, 10명 정도는 엎드려서 '조용히' 숙면을 취한다. 정말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학생은 10명도 안 된다.
교사가 공부하라면서 스마트폰을 빼앗을 수도 없다.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인권위에서 결정해 주지 않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말 한 마디 하는 것뿐이다.
"스마트폰 그만 보고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말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는 것을 안다. 어떤 학생은 눈치를 보며 스마트폰 화면을 학습하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척 하다가 다시 보고, 어떤 학생은 짜증난다는 듯이 힐끗 쳐다보며 그냥 자기 보던 것 그대로 본다. 전자의 경우에는 내가 수업에 들어가서 나를 '선생님'으로 아는 학생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내가 교사인줄은 알지만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니 선생님은 아닌 게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만나도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면 선생님이 아니다.
자는 학생들을 깨워도 반응은 비슷하다. 솔직히 깨우기도 조심스럽다. 등을 때리면서 학생을 깨운 교사가 민원에 시달렸던 사건 이후 절대 신체 접촉 없이 깨워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그런데 책상을 똑똑 두드리면서 깨워도 '피곤해서 좀 잔 후에 공부하려고 하는데 왜 방해하냐'고 따지는 학생도 있다. 아예 '깨우지 마시오'라고 크게 써 놓고 자는 학생도 있다. 수업 시간도 아니고, 자습인데 그 마저도 내 맘대로 못 하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교사로서 보기만 하기 힘든 이 모순을 어찌해야 할까? 하긴 자율학습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자습실에서 나타나는건 당연한 건가? 그럼 자습실에서 교사는 왜 필요하지? 사고 방지를 위해? 교실 관리를 위해? 자습 감독을 하면서 내가 여기에 왜 있어야 하는지, 뭘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대가 바뀌었고 학생들도 바뀌었고, 학부모도 바뀌었다. 그런데 나만 안 바뀌었나보다. 자습실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학생이나 대여섯 시간 동안 깊은 숙면을 취하다가 가는 학생들이 거슬린다. 그걸 보고만 있는 내 자신도 거슬린다.
자습실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어떻게 해야 자습 감독을 잘 했다고 할까? 교사들은 자습실 감독을 하며 역할 긴장을 경험하고 있다.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자니 이래도 되나 싶고, 개입하자니 역시 그래도 되나 싶다. 자습실 감독이 그래서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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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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