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사들인 주식, 2년만에 죄다 팔아치운 '광란의 셀코리아'..대표주 외국인 지분율 '최저'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2년6개월 동안 외국인은 주야장천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더욱이 순매도 규모는 지난 10년간 사들인 순매수 규모를 뛰어 넘는다. '광란의 셀코리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대부분의 업종에서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지분율을 줄이고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 시장을 외면하기보다는 위험(리스크) 관리 차원의 자산 배분 전략 가능성이 커서다. 금리와 환율 등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회복되면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1월2일부터 지난주 금요일인 27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66조544억원이다. 순매도 행진 이전 10년간 52조원가량의 순매수를 한 것과 비교하면 이를 능가하는 셀코리아다. 10년간 사들인 주식을 2년만에 팔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특히 66조원 규모는 금융위기 급의 매도 폭탄이다. 외국인은 2006년부터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까지 74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주저 앉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잔액은 696조222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26.7%까지 추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5월(26.5%) 이후 약 13년 만의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비중은 줄곧 30%대를 유지했다. 2017년 10월에는 33.9%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29.9%)부터 다시 30% 아래로 내려온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9년 이후 지속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순매수를 모두 매도한 것과 유사하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10년래 최저치를 기록중"이라고 짚었다.
다만 현재의 외국인의 셀코리아는 자산 배분 전략 차원의 성격이 짙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선이다.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린 게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분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외국인은 업종 전반에서 대표 종목 중심으로 지분을 줄이고 있다. 단순히 위험자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종목으로 아시아나항공(운송)이 꼽힌다. 2021년 6월 20.75%에서 13.14%가 줄어 현재 7.61%에 불과하다. 이어 지누스(건설 건축), 포스코인터내셔널(상사 자본재), CJ대한통운(운송), OCI(화학), HMM(운송) 순이다. 지누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분은 각각 4.74%, 3.76% 줄어 현재 18.59%, 7.72%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전자(반도체), NH투자증권(증권), 신세계(소매 유통), KCC(건설 건축), 현대차(자동차), GKL(호텔 레저) 순이다.
실제 외국인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순매도한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대형주 중심이다. 순매도 1위 종목 삼성전자의 경우 4위에 오른 삼성전자우까지 합하면 순매도액은 6조8865억원에 달한다.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순매도액은 2조7883억원이다. 이들의 순매도액은 전체(15조4229억원)의 62.7%를 차지한다. 한국 시장서 지분을 줄이기 위해 지분율이 높은 종목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순매도 상위 종목 역시 업종 대표주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3위는 네이버(NVER)다. 이어 삼성전자우, 카카오, 삼성SDI, 현대차, LG생활건가, 에코프로비엠, 삼성전기, 카카오뱅크, LG전자, 아모레퍼시픽, 펄어버시, 엔씨소프트 등 순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보유 비중은 27일 50.6%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7년 5월 22일(50.5%) 이후 5년만에 최저치다. 또 네이버(27일 53.63%, 26일 53.61%), 카카오(27일 28.49%) 등도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보유비중이 최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순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는 외국인의 수급 개선이 기대돼 귀환을 조금씩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선을 보낸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도랠리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는 진정세로 접어들었고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해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K증권은 외국인이 돌아오기 위한 조건으로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현상, 환차익(원화 강세)을 꼽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우리 시장은 주요 시장(Main market)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익이나 업황보다는 매크로한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과 유동성 긴축 환경, 전쟁 등 위험자산 투자가 기피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두기는 어려워 지분율이 2009년 이후 최저인 30%를 하회한 것"이라며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돌아온다고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지분율이 역대급으로 낮아져 있다는 수급 상황,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하회하는 현 수준이 고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역설적으로 외국인의 진입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핵심은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 나는 것으로 중국 봉쇄령의 완화, 금리 상승세의 일단락, 연방준비제도(Fed)의 속도조절 신호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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