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미국 대통령이 다시 와야 할 나라

신범수 2022. 5.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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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정치 이벤트의 추억에서 벗어나 이제 한미 기술동맹이 갖는 의미와 과제를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한국이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참여하는 게 득이냐 실이냐 논쟁은 그만두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부터 들른 건 매우 이례적 행보다.

그래서 우리의 동맹 참여가 중국을 자극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란 걱정도 나오지만 기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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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정치 이벤트의 추억에서 벗어나 이제 한미 기술동맹이 갖는 의미와 과제를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한국이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참여하는 게 득이냐 실이냐 논쟁은 그만두자.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최소한 반도체 분야에선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부터 들른 건 매우 이례적 행보다.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전략이 무역 분야에서 첨단기술 보복 형태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런 패러다임 전환에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동맹을 맺을 핵심 유인이 된다. 그러므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제조 강국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만 유효하다. 이것이 우리의 첫 과제다. 안보와 이익을 지키려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더 벌려야 한다. 기업 주도로 가능한 일이겠지만 법·제도 개선이나 정부 차원의 인력 양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한미에 일본이나 대만을 포괄하는 반도체 동맹 결성은 미·중 패권 경쟁의 산물이다. 그래서 우리의 동맹 참여가 중국을 자극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란 걱정도 나오지만 기우에 가깝다. 한국이 만드는 반도체의 40%를 구매하는 중국도 원활하고 충분한 반도체 공급이 절실하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보복에 노출되지 않는 길 역시 중국 대비 산업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리는 것뿐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시장 효율에 기반해 철저히 분업화돼왔다. 미국이 설계하고 네덜란드 장비와 일본 소재를 써서 한국과 대만이 제조하고 싱가포르가 시험한다. 이런 공급망 분산이 정세 변화에 따라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부각됐다. 동맹 내부에서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자는 움직임에, 제조 외 별 강점이 없는 한국이 동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미국이 삼성전자의 제조 시설을 유치하려 애쓰는 것도 자국의 약점을 만회하려는 조치다. 소재 분야에서 최고인 일본은 제조강국 대만과 손잡고 있다. 제조 외 핵심 공정에 대한 실력을 키우는 일, 우리의 두 번째 과제다.

한국 역시 설계나 소재·장비 등 취약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고급 인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공약을 다수 내놓은 것은 그래서 기대감을 준다. 전략산업 관련 법을 마련하고 교육 규제 개선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가 관건이다.

세 번째 과제는 중국의 위협을 관리하는 일이며 이는 정부의 치밀하고 창의적인 정치·외교력을 요구한다. ‘균형외교’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양쪽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양쪽으로부터 고르게 이득을 취하는 일이라고 중국 인민화보가 발행하는 ‘월간중국’은 조언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예의 주시하는 사람들은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이 다른 핵심 물자의 위기로 번지지 않아야 하며, 이것은 윤 대통령이 직면한 최대 과제다.

성공적 한미 정상회담이 우리의 미래와 안전을 언제까지나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미국의 호의도 동맹에 대한 예의나 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 없는 나라에 미국 대통령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 과제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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