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공' 꼭 보세요..예산 82조 소통령, 교육감 선택 가이드

이후연 2022. 5.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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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광교1동사전투표소에서 한 고등학생이 경기도교육감 사전투표용지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기표소에 들어갔더니 투표용지에 정말 이름만 나와 있어요. 눈앞이 깜깜했죠.”

지난 27일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한 배모(63·서울 성동)씨는 교육감 투표용지를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정당과 기호가 표시된 다른 투표용지와 달리 교육감은 후보들의 이름만 나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직 교육감이 조모라는 것만 아는데, 조씨 후보만 3명이나 되더라"며 "서둘러 투표하느라 누굴 찍었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이모(25)씨도 교육감은 누구를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가능하면 시장과 같은 성향 후보 중에서 찍고 싶은데, 후보가 워낙 많아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본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독 교육감 후보는 선택하지 못했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후보들의 인지도는 광역단체장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정당 공천 과정도 없어 소속 정당을 잣대로 삼기도 어렵다. 후보들은 난립하는 데 투표지에는 기호도 없이 이름만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기표소에 들어서서야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했다는 유권자도 속출한다. 말 그대로 최악의 '깜깜이 선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자리다. 전국 2만여개 학교를 책임지고 50만여명 교사를 지휘하며, 연간 82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룬다. 학부모와 학생들에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전체적인 교육정책의 기조, 학생 배정과 평가 반영 방식, 학교 신설과 폐지 등이 사실상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지다 보니 폐해는 갈수록 커진다. 선거 결과는 인물이나 공약보다는 보수·진보 진영별 '단일화' 여부에 좌우된다. 후보들도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선거 공학에 매달린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15년째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보니 차라리 정당 공천제를 도입하거나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임명제 등 현행 직선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당장 이번 교육감 선거는 향후 4년의 우리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유권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다. 반상진 전북대(교육학) 교수는 “대중 정치인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인물을 뽑는 선거인 만큼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후보들의 면면과 정책을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교육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교육감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뭘 보고' 뽑아야 할지 막연하다면 단계별로 후보들을 평가해보며 선택의 범위를 좁혀가는 방식이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단계 - 현역 교육감 잘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 선거에선 17개 시·도 교육감 중 13명의 현역 교육감이 재출마한다. 사실상 ‘현역 대 비현역’ 대결구도다. 광주·경기·강원·전북만 현역 후보가 없다. 현역의 재출마가 두드러지는 건 '깜깜이 선거'에서 그나마 인지도에서 앞서 당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히 선택의 첫 단계는 현역 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역 후보자는 4년 또는 8년간 해당 지역의 교육 정책 이끌었던 만큼, 유권자도 비현역 후보자보다 좀 더 쉽게 검증할 수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학업 측면에서 보면 교육은 수월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이 있다"며 "교육감 재임 동안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아졌는지 높아졌는지, 아이들 간 학력 격차가 커졌는지 줄었는지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업 외에도 학생들의 정서적 역량이나 미래 교육 대비 등에 충실했는지 등에 따라 현 교육감의 성과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교육감 재임 동안 지역의 교육이 발전했는지, 주요 치적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그에 따라 다른 후보를 물색할지, 현역 후보에 힘을 실어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단계 - 교육 전문성 있나


지난 3월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후보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는 ‘후보자 이력·경력'이다. 후보자 이력은 선거 공보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감은 후보자 자격에 교육 경력을 따로 둘 정도로 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중요시한다. 반상진 교수는 “교육감의 업무를 고려한다면,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전문성 외에 평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남기 교수는 “대학 총장이나 교사 출신이라면 언론이나 지역사회에 그간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살펴보면 후보자가 교육감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단계 - 지역 현안, 미래 대비 공약 있나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마지막으로 따져야 할 것은 공약이다. 지역 상황에 맞는 현실성 있는 공약과 함께 미래 비전이 있는지도 주목해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약과 미래 지향적인 공약으로 기준을 나눠 판단해보면 좋은 공약인지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후보자가 과연 공약을 실천할만한 자질과 철학을 갖췄는가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력·경력과 공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선심성이나 허황된 공약을 내세웠는지 여부도 후보를 골라내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후보 중에는 대통령도 할 수 없는 것을 하겠다고 공약한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능력 밖에 있는 것들을 내세운 후보들은 일단 제외해 놓고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후연·홍지유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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