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노인 생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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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병으로 갑작스레 노인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믿지 못한다.
즉 젊은 사람으로 패싱된다는 이야기인데, 그에 따라 얻는 수혜도 있고 피해도 있다.
그대들 또한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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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병으로 갑작스레 노인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믿지 못한다. 나의 외모 때문이다. 평소에는 이십대 후반의 얼굴이지만 잘하면 초등학생에 근접하게 변장할 수 있다. 즉 젊은 사람으로 패싱된다는 이야기인데, 그에 따라 얻는 수혜도 있고 피해도 있다. 수혜라고 하면 여전히 구애를 얻는다는 것이고, 피해라고 하면 이 어르신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의 노약자석에 당당히 앉아 있다 보면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노인이 되고부터는 조심성이 높아졌다. 걸핏하면 부서질 수 있어서 시도조차 않는 것이 많다. 꽉 쥐고 놓지 않는 거다. 그런데 나는 젊은이로 보이기에 겁쟁이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나라고 무모한 시절이 없었을까. 나도 왕년에는 깨나 날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세계의 명산을 등반한 사람이란 말이다. 지팡이 같은 건 일절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팡이의 쓰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대거나 짚을 만한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길을 걷다 그게 무어든 의자와 닮았다면 앉아야 한다. 최근에는 길가의 한 여인 덕에 획기적인 물품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퀴 달린 가방 겸 의자 겸 지팡이다. 끌개의 형태로, 쇠로 된 손잡이를 양손으로 밀 수 있고, 그 밑에 달린 푹신한 쿠션에 앉을 수 있으며, 앉았던 곳의 지퍼를 열면 물건을 넣을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헤매다 그것이 모두 녹슬어 고장 나 있을 때의 황망함을 아는가. 작은 바람에도 소스라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아는가. 나의 이웃은 한여름이 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겨울에 쓰던 털모자를 쓰고 사과를 판다. 우리가 푸념하거나 이래라저래라 지적하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부디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대들 또한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니 노인을 위해 이것저것 보장하라! 보장하라!
이다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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