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찬욱 송강호가 이룬 칸의 쾌거, 문화융성으로 이어지길

한국영화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이라는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영화 2편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100여년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예다. 세계무대 변방에서 주류로 확실히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쾌거다.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의 남우주연상은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 박 감독의 수상은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세 번째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영화도 영화관도 함께 지켜내자”고 말해 울림을 던졌다.

이번 수상은 영화의 국경이 사라지고 국가 간 협업이 활발해지는 시대에 한국이 아시아 영화의 중심에 있음을 각인시켜준 효과도 크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주연은 중국인 배우 탕웨이다. 송강호가 출연한 ‘브로커’는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우리가 제작하고 투자·배급을 맡은 한국영화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가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빈번했다. 이제는 아시아 영화 시장에도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그 중심에 서서 성과를 낸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아시아의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

영화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원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세계가 우리 대중문화를 즐기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이 같은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더 꽃피울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다. 창작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폭넓게 지원하라. 대신 간섭은 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을 지켜 문화가 융성하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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