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쇼 머스트 고 온

윤민섭 2022. 5. 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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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원 기아는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에서 정규 리그 3위(11승7패)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선 젠지에 가로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네 시즌 만에 왕좌를 내준 담원 기아는 팀에 새로 합류한 ‘너구리’ 장하권과 함께 지난달부터 맹연습에 돌입했다.

와신상담 중인 ‘쇼메이커’ 허수를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게임단 사옥에서 만났다. 새로운 멤버들과 처음으로 호흡 맞췄던 스프링 시즌에 대한 회고와 복기, 다가오는 서머 시즌에 대한 각오 등을 질문했다.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쳤다. 개막에 앞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했나.
“주전 멤버 3인이 바뀐 만큼 팀플레이 숙련도를 높여야 했다. 내가 가운데서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베테랑들의 이탈로 줄어든 콜을 많이 채우려고 했고, 전보다 더 주도적으로 플레이하고자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커맨드센터 같은 느낌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틸리티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으로 손이 가더라.”

-작년에도 오더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작년에는 내가 팀원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도 많았다. 팀원들 모두 경험이 풍부해 각자 의견을 많이 냈다. ‘칸’ (김)동하 형만 해도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어서 여러 가지 플랜을 제시하곤 했다. 올해는 내가 의견을 내면 탑라이너인 ‘버돌’ (노)태윤이, ‘호야’ (윤)용호가 따라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유틸리티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을 자주 고른 이유는.
“가령 신드라 같은 챔피언은 라인전에 강점이 있다. 라인전에서 스노우볼을 굴려야 픽의 이유가 살아난다. 그러려면 스킬샷이나 무빙에 집중력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게임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트위스티드 페이트나 라이즈 같은 챔피언들을 할 땐 집중력을 이곳저곳에 분산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맵을 넓게 보기도 쉽고, 탑이나 바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팀의 승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질까’를 깊게 고민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질리언이나 트위스티드 페이트, 라이즈 같은 챔피언들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들처럼 능동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챔피언들을 했을 때 승률이 좋았다.”

-리그 3연패(連霸)를 이룬 뒤 팀이 리빌딩됐다. 이 같은 성적을 예상했나.
“시즌 시작 전엔 T1과 젠지가 워낙 강해 보였다. 우승을 노리긴 쉽지 않을 거로 봤고, 상위권 등극을 목표로 하고자 했다. 그런데 시즌을 치르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 무조건 우승하고 싶단 마음이 생겼기에 마주한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플레이오프 땐 팀이 제법 경쟁력이 있다고 느꼈기에 더욱 그랬다.”

-젠지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는 올해의 명승부로 꼽힌다. 5세트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나는 다전제에서 선수의 진짜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밴픽도 밴픽이지만, 다전제는 선수의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 정말 유리했던 상황에서 역전당해 패배하지 않았나. 그건 실력 차이다. 그런 판을 졌단 건 담원 기아가 젠지보다 실력이 부족했단 의미다.”

-스프링 시즌 동안 미드라이너의 역할은 무엇이었다고 판단했나.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미드라이너는 팀원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어울린단 느낌을 받았다. 군중제어기(CC기)가 있고, 발이 빠른 챔피언들이 좋게 느껴졌다. 아리, 트위스티드 페이트, 라이즈, 갈리오 같은 챔피언들. 실제로 코르키 정도를 제외하면 미드 캐리 경기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코르키는 확실히 예외였다. 코르키가 제압 골드를 먹으면 구도가 역전되는 경우가 잦았다.”

-허 선수는 2019년에 코르키를 잘 다뤘는데, 올해는 코르키를 선호하지 않았다.
“단순한 이유였다. 스크림에서 코르키를 골랐다가 많이 졌다. 코르키로 초반 주도권을 따내기가 어렵다 보니 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코르키한테 밴 카드를 투자하긴 아까워서 풀고 상대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루시안, 베이가 등이 그 산물이었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코르키를 선호했던 데이터가 있어서 그런지 밴픽에서 내 코르키를 의식하는 팀들도 있더라.”

-옛날얘기가 나온 김에, 2019년과 2022년의 ‘쇼메이커’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2019년엔 게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실력자들의 플레이를 관전하면서 흉내를 내보고, 코르키처럼 숙련도에 자신 있는 챔피언을 자주 골랐다. 2020년 스프링 시즌엔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했다. 팀 차원에서 하고 싶은 픽, 실험적인 픽을 많이 했다. 서머 시즌부터 내가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2021년엔 이런저런 스타일을 두루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스프링 시즌은 어땠나.
“팀원들을 챙기면서 내 라인전에도 집중하려고 했는데 그 가운데서 빈도 조절에 실패했다. CS를 많이 버리면서 탑과 바텀을 지원해주는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다. 이런 플레이의 문제점은, 스스로는 이타적이라 생각하는 플레이가 결과적으로는 팀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불편한 이질감을 시즌 내내 많이 느꼈다.
이타(利他)와 이기(利己)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시즌이었다. 현재의 내가 스프링 시즌의 ‘쇼메이커’를 라인전에서 마주한다면 ‘상대하기 쉬운 미드’로 여겼을 것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스프링 시즌엔 늘 부진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스프링 시즌도 성에 차진 않았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들이 부진해서 우승했던 시즌으로 여기고 있다.”

-관계자들은 허 선수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시기를 2020년으로 본다.
“그해 게임의 개념을 터득했다. 정규 리그 성적이 좋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2019년엔 다른 선수들이 미리 만들어낸 플레이에 자주 의존했다. 2020년엔 내가 먼저 시도하거나 연구해서 만들어낸 플레이의 빈도가 높았다. 라인전, 사이드, 한타 개념을 많이 정립했고 그걸 이듬해에도 많이 써먹었다.”

-게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특이점이 있었나.
“양대인 감독님의 존재가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감독님께 게임을 배운 뒤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란 게임에 대한 관점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늘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툭툭 던져주신다. 그걸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시야가 트이고, 데이터가 쌓이고, 개념이 정리된다. 특히 다른 라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시는 게 미드라이너로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게임을 열심히 연구하는 선수로 꼽힌다.
“LoL이라는 게임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거 같다. 패치를 할 때마다 써야 하는 챔피언이 달라지니까. 당장 스프링 시즌만 해도 벡스와 아리가 새로 뜨지 않았나. 나는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아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 메타 픽으로 떠올랐을 땐 두 챔피언의 숙련도가 낮아 스스로도 아쉬움을 느꼈다. 열심히 연습하면서 챔피언에 대한 데이터를 늘렸다.”

-아리를 전에도 플레이해본 건 베테랑 ‘페이커’ 이상혁이나 ‘비역슨’ 쇠렌 비에르 정도니까.
“어렸을 때 ‘즐겜용’으로나 했던 챔피언이 메타 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페이커’ 선수가 확실히 잘하더라. 짬이 느껴지더라.(웃음) 예를 들면 나는 아리 대 오리아나 구도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페이커’ 선수는 시즌3 때 해봤을 테니까 남들보다 빠르게 앞서나갔을 것이다. 챔피언 성능이 달라졌어도 그 구도에 대한 본인만의 데이터나 노하우가 있었을 것이다.”

-구도·개념·정립·이해…학습지에서 쓸 법한 단어들을 계속해서 말하는 게 인상적이다.
“LoL은 공부해야 할 게 정말 많은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스킬을 잘 피하고 잘 맞히면 되는 게임이지만, 그 잘 맞히고 잘 피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게 우리 프로게이머들의 평소 할 일이다. 나는 처음 담원 기아에 입단했을 때 전문적인 지식이 아예 없었다. 입단 테스트 당시 팀원의 ‘미드 선 푸시 돼?’라는 질문도 의미를 이해 못 했다. 입단 이후에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에게 많이 맞고, 많이 지면서 나만의 데이터를 체득해나갔다.
개념으로 찍어누른다는 게 생각보다 정말 무섭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뭘 어떻게 해도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고, 사소한 무빙과 스킬을 활용하는 레벨까지도 베끼듯이 따라 한다. 따라 해보다가 막히는 상황이 생기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예전에는 메모장에 숙련도를 높여야 할 챔피언들을 정리해서 적어놓고 솔로 랭크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모든 챔피언을 한 번씩 플레이해 솔로 랭크 챌린저에 도전했던 ‘쇼메이커 챌린지’의 배경인가.
“재미 삼아 도전했던 건데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이 정글러는 3캠프를 하는 게 좋은지, 풀 캠프를 도는 게 좋은지, 3캠프를 돌면 몇 분 몇 초가 걸리는지, 이런 것들을 직접 체험해보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
노틸러스나 레오나를 플레이하면서 상대 미드라이너가 어떤 플레이를 까다로워하는지도 생각해봤다. 요릭은 구울이 없으면 챔피언의 성능이 확 떨어진다든지, 라칸은 생각보다 탱킹력이 부족하다든지 등등의 데이터도 쌓을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허 선수가 지금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갖추는 데에 영향을 끼친 선수들이 있나.
“2019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전에서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 선수가 있는 G2 e스포츠를 넘지 못했다. ‘미드 차이’로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캡스’ 선수를 따라해봤다. 이후 ‘도인비’ 김태상 선수가 그해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도인비’ 선수의 스타일도 카피해봤다.
그런데 ‘도인비’ 선수는 개성이 워낙 강해서 따라 하기가 힘들더라. 당시에 그가 노틸러스나 클레드 같은 챔피언들을 하지 않았나. 특히 클레드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사소한 팁들을 많이 배웠다. 어떤 챔피언을 하든 9레벨을 찍으면 장신구를 ‘망원형 개조’로 바꾼 뒤 쿨 타임을 초기화한다든지 하는 것들.”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유달리 어려웠던 챕터를 꼽는다면.
“한 번도 안 해본 챔피언을 다뤄야 했던 2019년 스프링 시즌이 가장 어려웠다. 조이, 신드라, 오리아나를 플레이해서 1부 리그로 승격했는데 갑자기 갈리오, 우르곳, 사이온을 다뤄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까 너무 벅차더라.
‘쵸비’ 정지훈 선수한테 스크림에서 많이 ‘발렸다’. 내가 갈리오를 하고 ‘쵸비’ 선수가 사이온, 우르곳을 하면 ‘쵸비’ 선수가 늘 이겼다. 그런데 내가 사이온, 우르곳을 고르고 ‘쵸비’ 선수가 갈리오를 하면 그것도 ‘쵸비’ 선수가 이겼다. ‘쵸비’ 선수가 근접 공격을 하는 챔피언들을 정말 잘한다. 아트록스에 카운터를 당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도 난다.”

-서머 시즌이 곧 개막한다. 담원 기아가 스크림에서 강하단 평가가 나온다.
“최근 스크림에서 많이 이긴 건 사실이지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스크림은 데이터를 쌓는 장일 뿐이고, 많이 이기면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연습 게임에 불과하다. 당장 담원 기아만 해도 2018년, 2019년에 스크림 성적이 정말 좋지 않았나.
2018년에 롤드컵 참가팀들을 대부분 이겨서 팀원들끼리 ‘우리가 롤드컵을 나갔어야 했는데’ 이런 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어리석고 귀여운 얘기인가. 2019년 롤드컵 당시에도 G2한테 스크림은 다 이겼다. 막상 대회에선 처참하게 졌는데.”

-정해진 시간이 다 돼 여기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내가 잘했던 시즌을 돌이켜보면 전부 솔로 랭크에서도 느낌이 좋았다. 이건 나만의 징크스다. 아쉬웠던 지난 스프링 시즌도 돌이켜보면 솔로 랭크 순위가 높진 않았다. 지금은 솔로 랭크가 잘 풀려서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다. 팬들께서도 담원 기아의 서머 시즌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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