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장들 "식사도 하고 가세요"

장지영 2022. 5. 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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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식 레스토랑 속속 등장
춘천 도모, 김유정 단편소설 무대화
공연 뒤 향토음식 식사까지 제공
제주 명소 '해녀의 부엌' 2호점 오픈
지난해 강원도 춘천 신동면 실레 마을에 복합 문화공간 ‘아트팩토리 봄’을 조성한 문화프로덕션 도모는 올해부터 3년간 김유정의 단편소설 7개를 무대화하는 ‘김유정 프로젝트’와 함께 식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트팩토리 1층 소극장. 문화프로덕션 도모 제공


‘김유정 문학촌’은 강원도 춘천 신동면 실레 마을에 있다. 소설가 김유정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문학촌 건너편에는 강원도 1호 문화예술단체 사회적 기업인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둥지인 ‘아트팩토리 봄’이 있다. 춘천국제연극제 예술감독과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연출가를 지낸 황운기 감독이 이끄는 도모는 지난해 춘천 도심에서 교외인 실레 마을로 이사한 뒤 옛 막걸리 공장을 1층 소극장(150석), 2층 카페 겸 식당, 3층 예술가 레지던스 및 에어비앤비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춘천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온 도모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중장기 지원을 받아 3년간 김유정의 해학적인 단편소설 7개를 무대화해 상설공연으로 만드는 ‘김유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는 ‘동백꽃’ ‘소낙비’ ‘금 따는 콩밭’ 등 3편을 공연한 뒤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신작 2편씩을 추가할 계획이다.

김유정 프로젝트의 첫 작품 '동백꽃'의 공연 장면. 문화프로덕션 도모 제공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주 금·토·일 ‘동백꽃’ 공연으로 김유정 프로젝트를 시작한 도모는 극장식당을 열고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장기 공연 및 모객에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티켓 가격과 식사 가격은 각각 2만원이지만 프로젝트 초기인 만큼 조기 예약 등에 할인 혜택을 많이 줬다.

김유정이 1936년 발표한 ‘동백꽃’은 소작인의 아들인 ‘나’와 마름의 딸인 점순이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김영선 작가와 우상욱 연출가가 각각 각색과 연출을 맡아 단편소설을 60분짜리 공연으로 만들었는데, 원작의 닭싸움을 ‘춘향전’ 이야기와 섞어 패러디함으로써 코미디를 극대화했다. 의인화한 닭들에게는 ‘춘향전’ 속 인물을 연상시키는 춘닭, 몽닭, 향닭, 방닭 등의 이름을 붙였다. 닭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극중 ‘나’의 엄마, 울타리, 숲 등 다양한 역할로 빠르게 변신해 웃음을 준다.

아트팩토리 2층 식당 테이블에 놓인 세팅 종이. 문화프로덕션 도모 제공


공연이 끝나면 예약한 사람들은 2층 식당에서 닭갈비 스테이크와 인근 양조장에서 만든 전통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배우들이 올라와 인사하거나 함께 사진도 찍어주기 때문에 관객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 식사 메뉴는 공연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는 7월 ‘소낙비’나 10월 ‘금 따는 콩밭’에선 닭갈비 스테이크 대신 다른 향토 음식을 활용한 요리가 나올 예정이다. 도모는 극장에서 공연을 본 뒤 바로 식사할 수 있는 극장식 레스토랑 운영도 고민 중이다.

총 12회 공연된 ‘동백꽃’은 예매율 70% 정도를 기록했다. 이제 첫발을 뗀 상태라 홍보가 부족했다는 게 도모의 판단이다. 객석의 상당 부분을 춘천 시민과 공연계 관계자들이 차지했기에 관객이 더 멀리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도모는 실레 마을과 인근 문화예술시설과 연계해 장소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황 감독은 “실레마을에서 공연을 보고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문화마을기업이자 아트밸리를 조성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공연과 향토 음식을 결합한 마케팅은 도모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월 제주 구좌읍 종달리에 문을 연 ‘해녀의 부엌’은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황 감독도 해녀의 부엌을 여러 차례 방문해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도모가 벤치마킹한 제주도 '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 제공


해녀의 부엌은 제주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아동연극을 하던 김하원 대표가 만든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해녀가 주인공인 공연이 펼쳐지고 해녀가 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로 음식이 차려진다.

이곳 해녀 집안에서 성장한 김 대표는 일본으로 대부분 수출되던 뿔소라와 톳의 판로가 막히면서 해녀들이 어려움을 겪자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식당 운영이나 판촉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김 대표는 ‘해녀에 문화를 입힌다’는 콘셉트로 해녀 영화제와 축제 등을 개최하고 해녀 공연을 곁들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선보이기로 했다. 종달리 어촌계의 도움을 얻어 30년간 방치된 어판장을 리모델링해 해녀의 부엌을 열었다. 1인당 가격이 5만~7만원대로 꽤 높지만,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2~3개월씩 예약이 밀려있을 정도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어촌계의 전통을 잇는 가치를 보여준다는 호평을 받은 해녀의 부엌은 관광벤처 최우수기업으로 꼽히며 로컬크리에이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예술경영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등을 받았다. 해녀의 부엌은 지난해 11월 조천리에 미디어아트를 더한 2호점을 열었다. 1인당 가격은 1호점보다 더 높아 7만~9만원대다.

강원도 정선 아리랑센터는 정선아리랑을 소재로 한 뮤지컬 ‘아리아라리’를 정선 오일장이 열리는 날(끝자리 2일과 7일)에 맞춰 상설로 공연한다. 관광객은 뮤지컬 관람 전후 정선 오일장에서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 국수, 감자옹심이 등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전북 정읍시립국악단은 다음 달 17~18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쌍화차를 소재로 한 뮤지컬 ‘쌍화지애-태인의 전설’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읍은 쌍화탕의 주재료인 지황의 주산지로 시내에 쌍화차 거리까지 있다. 정읍시립국악단은 지난 13일에도 연지아트홀에서 ‘국악정감-쌍화탕 콘서트’를 여는 등 향토 음식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문화 콘텐츠 전문가인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을 알리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완성도와 지역 특색의 적절한 결합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최근 해녀의 부엌 등 사례는 공연과 먹거리를 직접 연계함으로써 지역 매력도를 높여 내실을 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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