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리버풀이 레알 마드리드를 넘지 못한 이유

한준 기자 2022. 5.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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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8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당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고자 했던 리버풀의 도전은 실패했다. 리버풀은 2020-2021시즌 8강에서도 레알에 무릎을 꿇으며 유독 약한 상성 관계를 노출한 바 있다.


1년 만의 재대결, 3년 만의 결승전 리턴 매치 승자도 레알마드리드였다. 리버풀은 올 시즌 카라바오컵과 FA컵 우승을 이뤘고,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 가능성이 있었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쿼드러플(4관왕)'을 노렸다. 그러나 EPL 우승을 놓친 데 이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프르크 데 프랑스에서 열린 UCL 결승전도 레알에 0-1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이 대단한 도전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가 패인이라고 했다. "시즌 내내 65경기를 치렀는데 어떻게 모든 경기에 최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나?" 물론 레알마드리드가 2021-2022시즌 스페인 라리가 일정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리버풀 역시 강행군에 지친 일부 주력 선수들이 사우샘프턴과 37라운드 리그 경기에 쉬었고, 울버햄프턴원더러스와 리그 최종전도 부상 우려가 있는 선수들이 쉬었다. 시즌 말에 찾아오는 피로 누적이나 심리적인 피로는 레알마드리드도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는 레알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였다. 리버풀의 90분 간 슈팅 숫자는 무려 24개였다. 쿠르투아가 선방을 9개나 했다. 레알마드리드는 4번의 슈팅에서 1골을 만들어냈다.


리버풀이 주도한 경기였으나 압도했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레알마드리드도 볼 점유율 46%를 가져가 비등하게 공을 소유했다. 리버풀이 슈팅을 24개나 때렸으나 기대 득점은 2.19골로 2골 정도를 넣을 만한 경기였다. 오히려 경기 통계에 따르면 리버풀의 빅찬스는 1회, 레알마드리드의 빅찬스는 3회였다. 슈팅 숫자를 논외로 경기 운영은 레알마드리드가 잘했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말대로 '이길 자격'이 있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리버풀)

▲ 클롭의 변명, 안첼로티의 묘수


클롭 감독은 "레알마드리드 같은 팀이 깊이 내려서서 역습을 하면 상대하기가 아주 어렵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존중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토트넘홋스퍼와 프리미어리그 후반기 홈 경기에서 비긴 뒤 맨체스터시티와 리그 우승 경쟁에서 추격의 동력을 사실상 잃은 뒤의 발언과 비슷하다.


클롭 감독은 분명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감독이다. 마인츠05를 이끌던 시절부터 작은 팀에서 전방 압박, 상대 지역을 지배하는 화끈한 축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선수들의 투쟁심과 전술 구조를 바탕으로 '게겐 프레싱'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서 2회 분데스리가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룬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 부임한 뒤에도 성과를 냈으나 좀처럼 우승에 실패했다.


클롭 감독은 결국 2018-2019시즌 토트넘과 결승전에서 라인을 내리고 실리적인 축구로 이른 시간 얻은 선제골을 지켜 마침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그러한 실리 축구가 펼쳐진 올 시즌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두 차례나 첼시를 상대한 카라바오컵과 FA컵 결승전 모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우승했다.


▲ 디아스를 묶은 카르바할의 활약


리버풀은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지만, 잉글랜드 챔피언, 유럽 챔피언이 되는 데 모두 실패했다. 레알마드리드와 경기에선 후반기 들어 리버풀의 쿼드러플 희망에 불을 지핀 이적생 루이스 디아스가 묶은 게 치명적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토너먼트 무대 들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중앙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전진배치해 전방 압박, 수비 가담, 중원 수적 우위를 만들었다. 4-3-3 포메이션과 비대칭 4-4-2 포메이션을 혼용해 수비 밀도 및 역습 상황에서의 날카로움을 모두 확보했다.


리버풀은 레알마드리드전에 왼쪽 공격수 디아스가 통계 기록 기준 평점 6.6점, 레프트백 앤드류 로버트슨이 6.9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다니 카르바할이 디아스와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발베르데의 활발한 움직임에 로버트슨도 고전했다. 


버질 판다이크(왼쪽)와 루이스 디아스(이상 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디아스 수비에 집중하면서 살라에게 공간이 생겼고, 살라는 이날 6번이나 유효 슈팅을 했다. 하지만 쿠르투아가 잘 막았고, 때론 슈팅이 무디기도 했다. 살라는 부상 우려를 털어내고 분전했지만 한참 컨디션이 좋았던 전반기와 비교하면 몸이 무거웠다. 강한 집중력으로 무장한 레알마드리드 수비를 뚫기 역부족이었다.


전반기에 피지컬 저하로 경기력이 떨어진 마네는 디아스 입단 후 후반기에 가짜 9번으로 배치되며 살아났다. 레알전에도 네 차례 키패스를 기록했고, 쿠르투아의 선방에 걸리고도 골포스트를 때린 결정적인 슈팅을 연결했다. 전반전에는 특히 마네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하지만 마네 역시 후반전에는 날카롭지 못했다.


디아스가 이른 시간 교체될 정도로 부진하자 마네의 영향력이 떨어졌고, 교체로 들어온 디오구 조타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조던 헨더슨과 파비뉴, 티아고 알칸타라도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 나이를 초월한 크카모, 그래도 아직은 카세미루


반면 이미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풍부한 '크카모' 레알 미드필드 라인은 침착하고 냉정했다. 카세미루는 이날 11회 경합 중 8회 승리, 공중볼 5회 100% 승리에, 4차례 롱패스 성공, 1차례 드리블 돌파 및 3차례 가로채기 성공, 한 차례 키패스 연결 등 수비형 미드필더로 최고의 경기를 보였다.


토니 크로스 역시 안정된 공 관리와 롱패스 배급, 루카 모드리치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레알마드리드의 수비 후 역습 패턴 플레이를 조율했다. 벤제마의 노련한 가짜 9번 역할과 비니시우스의 스피드, 발베르데의 배후 지원은 결국 레알마드리드의 득점 열쇠가 됐다. 전반 막판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된 벤제마의 득점은 발베르데의 과감한 문전 쇄도로 유발됐고, 후반 14분 레알마드리드의 결승골은 발베르데의 탈압박에 이은 스루패스를 벤제마가 흘려주고 비니시우스가 무인지경에서 해결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알마드리드는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을 동시에 떠나보냈으나 라모스보다 젊고 몸이 좋은데다, 활동 범위가 넓고 리더십도 준수한 데이비드 알라바가 새로운 구심점으로 수비를 이끌었다. 에데르 밀리탕은 온 몸을 던진 플레이로 리버풀 공세를 육탄 방어했다. 짜임새있는 중원, 견고한 수비 라인으로 인해 리버풀이 슈팅은 많이 했지만 레알마드리드 수비가 패닉에 빠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무엇보다 몸 상태 문제로 전성기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 카르바할의 안정된 풀백 플레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둔 스페인 대표팀도 주목할만하다. 레알마드리드는 호드리구 고에스,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등 올 시즌을 통해 세대 교체의 기수도 찾았다.


킬리안 음바페 영입에 실패한 레알마드리드는 리버풀의 타깃이기도 한 오렐리엥 추아메니 영입에 거액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14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레알마드리드가 20번째 우승에 도달하는 것이 그리 오래걸리지 않으리란 느낌이 들정도로 레알마드리드는 강력한 시즌을 보내며 유럽 챔피언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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