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으로 따로 나와 2관왕" 칸 도전 38년만에 이런 쾌거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서 두 개의 경쟁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칸영화제와 한국영화의 인연이 시작된 지 38년 만의 일이자, 100여년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에 이어 3년 만에 한국영화가 다시금 이뤄낸 쾌거다.
칸영화제는 1946년부터 프랑스 칸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지만, 셋 중에서도 가장 권위가 높은 것으로 꼽힌다.
1984년 첫 초청, 1999년 첫 수상작 배출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문턱을 처음 밟은 것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을 때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1998년부터 시상이 도입돼 당시만 해도 상이 수여되는 부문은 아니었다.
이후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칸영화제의 관심은 이어졌지만, 10여년이 지나서야 첫 수상작이 나왔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으로 장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2년 뒤인 2002년 ‘취화선’으로 다시 같은 부문에 나가 감독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수상에 본격적으로 물꼬가 트였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황금종려상 다음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홍상수 감독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도 장편 경쟁부문에 올랐지만 수상에 이르진 못했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으로 칸 문을 두드렸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한국배우 최초 연기상은 2007년에 나왔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연기한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2회 수상기록을 세운 최초의 한국감독이 됐다.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나란히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같은 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으며, 수차례 초청만 받고 빈손으로 돌아갔던 홍 감독에게도 상이 쥐어졌다. 이듬해인 2011년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도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에게 돌아가며 한국영화계 선전이 이어졌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부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한동안 트로피 소식은 뜸했지만, 경쟁부문 초청작은 꾸준히 나왔다.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경쟁부문 진출 후 수상엔 실패했지만, 류성희 미술감독이 촬영‧편집‧미술 등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인 아티스트에게 주는 ‘벌칸상’을 받았다.
이어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이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은 좌절됐다.
그러다 2019년 ‘기생충’으로 다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이 마침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영화가 칸에 처음 초청된 지 35년 만이자,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였다.
박찬욱 “인적 교류 중요, 범아시아 영화 많아지길”
올해 수상으로 박찬욱 감독은 세 번째 칸 트로피 수상, 배우 송강호는 한국 첫 남우주연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폐막식 이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한국영화 두 편이 동시에 수상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거다. 한 영화에 감독상·주연상을 모두 주지는 않으니까”라며 “따로 온 덕분에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미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칸영화제 규정에는 같은 영화가 두 개의 상을 동시에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단, 각본상과 심사위원상만 주연상과 함께 받을 수 있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브로커’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했지만, 투자·배급의 주체가 한국이라 한국영화로 분류됐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꼭 한국영화만이어서가 (의미 있는 게) 아니고,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님 연출로 만들어졌다.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예전부터 유럽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부러웠다. 한국이든 어디가 중심이 됐건, 앞으로 범아시아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강호 '칸의 남자' 됐다…한국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
- 북한, ICBM 섞어 마구 쏠 때…한국, 162일 된 군 수장 잘랐다
- 윤 "뭉티기 합니까" 대구 들썩…대통령도 홀딱 반한 '소주 짝꿍'
- 아이유 몸 휘감은 '칸 드레스'…명품 아니었다, 바로 이 브랜드
- "집안 갇힌 생쥐꼴…참담"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시위대 비판
- 애플 뛰쳐나온 AI천재, 구글 갔다…이직자 줄 세운 '강력한 유인책'
- '아이유 어깨빵' 논란 인플루언서 "화장해 줄게, 답변 달라" 황당 제안
- 턱선 갸름했던 김정은 '요요' 왔나…얼굴살 올라 후덕해진 모습
- '쌍둥이 대통령 전용열차' 비밀…객실엔 유사시 대비 '이것'도
- '4강 신화' 벌써 20년...한국 돌아온 히딩크 소감 (사진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