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으로 변한 산불, 소방관들의 고충과 애환
[이건 기자]
2019년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Fire in Paradise(그날 패러다이스)'는 드리아 쿠퍼 감독과 캑커리 카네페리 감독의 연출작이다.
▲ 영화 <Fire in Paradise / 그날, 패러다이스> 포스터 |
ⓒ 넥플릭스 |
2018. 11. 08. 06:16.
"Please have your emergency plan ready.(비상계획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소방관, 911 상황실 근무자, 그리고 마을 주민과 교사, 경찰관의 증언이 차례로 이어지고 사고 하루 전 불길했던 정황과 긴박한 상황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그려낸다.
"20분 만에 잔잔해 보였던 하늘이 갑자기 주황빛으로 물들었다."는 한 교사의 말과 마치 화산 아래에 있는 것처럼 하늘로부터 재가 떨어졌다는 경찰관의 말은 큰 재난의 서막을 예고한다.
07:33.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간 불씨는 최초 발화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패러다이스 지역까지 급속히 확산된다. 주택은 물론이고 맥도널드, 심지어는 수술을 하고 있는 병원에까지 불길이 덮치면서 신고 전화가 빗발치지만 상황실 근무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더 이상 구조인력을 보낼 수 없다며 신속히 대피하라는 말뿐이다.
마치 거대한 괴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연기 기둥, 성경에서나 나올 법한 큰 불덩이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대피하려는 차량들은 산불에 갇혀 버리고 만다. 보안관의 지시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살기 위해 도보로 대피를 시작한다.
더 이상 대피할 곳이 없자 마을 주민들은 작은 주차장에 모이고 인근 프로판 가스 저장소에서 터지는 가스통 소리에 영혼까지 흔들리는 극심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신의 도움을 기다리며 서로의 손을 잡고 위로해 주는 것 밖에는 없다.
그렇게 3주 가까이 지속된 산불은 620 제곱 킬로미터를 태우고 9700여 채의 집과 자동차, 직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반려동물, 그리고 삶의 흔적까지 모조리 태워버렸다. 이 화재로 인해 무려 85명의 사망자와 천 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도 기록됐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재난구조 본부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실종자를 찾아서 유가족에게 돌려보내고 불에 타 버린 마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의 임무를 확인하며 기도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희망의 꽃이 피어난다. 소방관들은 불에 탄 건물 1만8천여 개를 일일이 수색하며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3월 강원도 동해안 산불.
삼척. 강릉. 동해 3개 시군에서 산림면적 6383 헥타르(여의도 면적의 75배)의 입목과 산림시설 등 총 383억 원의 산림피해를 경험한 바 있는 우리에게도 이 영화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공포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대량파괴를 일으키며 빠르게 이동하는 산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재진압 장비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훈련받은 소방관들조차 두렵게 만든 산불.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 또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소방관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해야 하는 임무와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인간적 갈등 속에서 눈물 흘린다. 그 눈물을 통해서 마치 전쟁터와 같은 재난현장에서 한 해의 절반을 살아가야 하는 소방관의 고충과 애환을 가감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시 패러다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렇게 마무리된다.
소방관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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