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떨어진 낙엽, 올해 퇴비로 왔다..골칫거리의 돈 되는 변신
■ 쓰레기사용설명서는...
「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노랗고 붉은 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면 장관을 이루곤 한다. 하지만 땅바닥에 닿는 순간, 낙엽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로 변한다. 충청북도의 2020년 '낙엽 재활용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당 낙엽 건중량은 2.4kg인데, 전국 가로수를 600만 그루로 잡으면 한해 낙엽량이 1만4400t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매년 엄청난 양의 낙엽이 나오지만, 활용법은 제한적이다. 지자체·아파트 단지 등이 하염없이 쌓아놓다가 대부분 폐기물 업체에 넘겨 소각하곤 한다. 모으는 데도, 처리하는 데도 돈이 드는 낙엽의 종착역은 탄소·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오염에 가까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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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올해부터 '낙엽 비료' 본격 판매
지자체 중에선 충북 제천시가 제일 적극적으로 낙엽에 새 생명을 부여한다. 제천시는 2018년부터 해마다 낙엽 수매 사업을 해오고 있다. 주민들이 도로변, 산길, 공원 등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오면 1kg 300원의 돈을 준다. 산불 위험을 낮추고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적에서다. t당 12만원 정도인 낙엽 소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매년 수백t의 낙엽이 수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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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생산 확대 목표…"자원 선순환 롤모델 되길"
아직 소소하지만 지자체의 골칫거리였던 낙엽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박인규 제천시 시유림경영팀장은 "20ℓ 기준으로 2200여 포대가 팔렸고, 2000포대 넘게 예약된 상태다. 화훼·과수 농가 위주로 많이 쓰는 편인데, 제천시 밖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효과도 일반 비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비소와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 대신 질소, 인산 등 유기물이 다량 함유됐다. 기존 흙에 섞어서 마당 정원, 텃밭, 유기농 농가 등에서 쓰면 된다. 그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업성 등을 두고 문의가 여럿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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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안 나는 검은빛 입자, 기업도 뛰어들어
민간 업체도 '친환경' '탈탄소' 바람을 타고 낙엽 퇴비화에 뛰어들었다. 26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의 '새솔바이오' 공장에선 자동화 설비를 통해 검은빛을 띤 입자가 쉴 새 없이 포대에 담기고 있었다. 100% 낙엽으로 만든 부엽토 비료다. 입자가 작아 한눈에 봐도 낙엽보다 흙에 가까웠다. 코를 가까이 댔지만, 흔히 퇴비에서 나는 역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악취를 일으키는 인분이나 축분을 섞지 않아서다.
이곳은 퇴비화에 필수적인 부숙 기간을 제천시와 비교해 크게 줄였다. 수년간 연구 끝에 화학첨가물 없이 천연 효소로 발효·숙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생낙엽은 발효 미생물을 써도 3~5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여기선 약 3개월 만에 비료화 공정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낙엽을 퇴비로 만드는 건 제천과 이 업체 모두 똑같지만, 그 과정은 꽤 다른 것이다.
공장 한쪽엔 컨베이어 벨트 같은 이물질 선별장이 있었다. 지자체, 아파트 단지 등에서 받아온 낙엽을 비료화하는 첫 번째 단계다. 비료 포장·정리 공정 등은 모두 자동화돼 있지만, 이 작업은 무조건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선별장 옆 포대엔 담뱃갑·플라스틱·비닐 등 쓰레기와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회사 조찬행 전무는 "이들을 일일이 골라내야 중금속 등이 없는 깨끗한 비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분쇄·부숙 3개월 만에 변신…제도적 한계도
공장에 들어올 때만 해도 갈색 외형이 뚜렷한 낙엽은 선별, 1~2차 분쇄와 부숙 과정을 거친 뒤 검정에 가까운 작은 입자로 서서히 바뀐다. 공장 구석에 쌓인 퇴비화 원료 근처에 가니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온도계를 꽂으니 70도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낙엽이 썩으면서 나오는 열로 70~80도의 온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그렇게 수거 후 3~4개월 만에 완전한 유기질 비료로 변신해 조경 업체 등에 팔린다. 가을에 쏟아지는 낙엽이 봄이면 토양 개량제가 돼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론 갈 길이 멀다. 아직 낙엽으로 만든 퇴비 개념이 익숙지 않아 재활용 인증 등은 따로 없고, 시설 허가나 대형화도 쉽지 않은 편이다. 비료 입자가 곱다 보니 공장에서 분진이 나오는 것도 환경적으로 챙겨야 할 과제다. 이 회사 현광석 대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긴 하지만, 나무에서 나온 낙엽을 퇴비화해서 땅에 뿌리면 쓰레기가 하나도 안 나오니 기후변화 시기 친환경 저탄소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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