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하고 오세요.. 백범 김구도 머문 비밀의 고택
[운민 기자]
▲ 대명헌의 스테인드글라스 대명헌의 안채 창문은 색이들어간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이다. 그밖에도 바닥은 해링본 무늬가 새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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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대로를 기준으로 강화읍을 남북으로 갈라 북쪽에 위치한 고려궁지, 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등을 이전에 두루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근현대 강화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남쪽을 함께 둘러볼 차례다. 그 출발점은 강화산성 성벽을 거닐며 지나갔던 남문이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왕의 길을 통해 걷기만 해도 강화읍의 주요 명소들을 살필 수 있다.
▲ 남문골목 사이에 자리잡은 대명헌 대명헌의 입구는 골목사이에 자리잡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앞에 보이는 한옥카페는 대명헌의 사랑채로 쓰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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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명헌 안채의 전경 1928년에 건립된 대명헌은 백두산에서 건너온 목재로 지어졌다. 한옥에서 좀처럼 보기드문 2층양식과 창과 마룻바닥 등에서 영국의 양식을 차용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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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황씨의 사위인 배재학당 이사장을 지낸 김근호, 그분의 후손인 김영일로 이어졌다가 지금의 관장이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성숙 관장은 본래 일본 등 각지에서 도예가로 자리 잡았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귀국 후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회원으로 활동했다.
사적 보존 활동을 위해 전국 각지의 한옥을 찾으러 다니던 중 2012년 강화도에서 괜찮은 고택들을 연이어 발견한다. 옛 평화 직물이었던 지금의 소창 체험관과 바로 여기 대명헌이었다. 그중 대명헌은 다른 한옥과 차별되는 2층 난간과 서양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등 눈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많아 이 집을 인수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해설에 들어가기 전 안채 부엌에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잠시 티타임을 가져본다. 관장님이 직접 수집한 고급스러운 찻잔과 각종 다기구가 아궁이와 함께 자리한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차의 맛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관장님의 끊임없는 설명과 열정에 탄복했던 시간이지 싶다.
▲ 2층 구조 대명헌의 2층 가옥구조는 일본의 양식이 아니라 고려시대 이래로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건축양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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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명헌 안채를 마당에서 살펴보면 ㄱ자형 구조로 한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건넌방과 누마루 왼쪽은 아래에 부엌과 다락방이 복층으로 된 독특한 양식이다. 혹자는 이 건물이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만큼 2층 구조가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부터 전해져 왔던 우리만의 방식이고, 그 후손들이 그때의 양식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집에는 영국에서 들어온 건축양식이 부분마다 차용되어 있었다. 대청마루와 누마루의 바닥에는 빗살 형태의 헤링본 무늬가 새겨졌다. 무늬를 선명하게 보기 위해 일어서서 안방 쪽에서 바라보니 가운데 무늬는 흰색을 띠고 양옆은 회색빛이 선명했다. 놀라운 것은 반대편에서 살펴보면 서로 색깔이 바뀌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 대명헌 2층 내부 대명헌은 예로부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은신처로 삼던 공간이었다. 대명헌은 2층은 밖과 안의 구조가 달랐기에 은신처로 선호되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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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티세트가 놓여 있는 이곳은 한옥에서 보기 드문 알록달록한 유리창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역시 영국식 양식으로 흰색 유리창에 색유리를 가미했다. 그리고 유리에는 부식기법을 사용해 마니산 등 강화의 주요 산들을 그려 넣었다. 즉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대명헌만의 독특한 장소다.
필자는 한동안 이 공간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이곳은 앞서 언급했듯 이곳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이곳에서 발견된 이 집안의 유물까지 이야기를 열거하자면 족히 책 몇 권은 나올 정도다. 기회를 보아 조만간 이곳에서 묵으면서 대명헌이 담고 있는 숨은 이야기들을 좀 더 파헤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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