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와 소수자 응원 담은 들꽃영화상
[성하훈 기자]
▲ 27일 오후 남산 문학의집에서 열린 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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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지난 26일 오후 남산 문학의집에서 개최됐다. 화창한 날씨 속에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야외에서 열린 첫 영화상 시상식은 인원 제한을 두기는 했으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들꽃영화상은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기생충> 등 한국영화 번역과 평론가로 활동 중인 달시 파켓이 의기 투합해 2014년 만들어졌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재조명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독립영화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시상식인데, 26일 시상식에는 그 의미가 도드라졌다. 여러 수상자들이 감격의 눈시울을 붉히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예산 장르영화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이밍> 김혜미 감독은 첫 수상에 대한 감동이 큰 탓인지 애써 눈물을 가리며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갈매기> 정애화 배우는 "개근상도 못받아봤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수상자들의 감격과 눈물은 저예산으로 제작돼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없는 독립영화 현실에서 작품의 의미를 평가받은 데 대한 고마움과 보람이 섞여 있었다.
▲ 극영화 감독상을 받은 <휴가> 이란희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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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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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영 감독은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데 영진위 등의 지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지원제도가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장소인 문학의집을 착각해 충무로 한국의집으로 갔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영화 감독상을 수상한 <휴가> 이란희 감독도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독립영화는 자본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고 누군가 도와줘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지원을 강조한 것은 블랙리스트로 독립영화를 탄압한 세력이 다시 권력을 차지한 데 대한 우려와 경계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이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보수정권 등장 이후 더 늘어나야할 지원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하는 분위기였다.
이란희 감독은 또한 "<휴가>의 수상은 재복이란 인물에 대한 응원"이라며, 이름없이 싸우는 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한 뒤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으면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에 주는 민들레상을 수상한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도 차별금지법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현안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들꽃영화상의 의미가 수상에 담겨 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상은 <그림자꽃> 이승준 감독이 받았다. 특히 최근 개봉한 <그대가 조국>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 수상이었다. 이승준 감독은 "들꽃영화상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 들꽃영화상 신인감독상 <갈매기> 김미조 감독, 조연상 <액션히어로> 김재화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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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미싱타는 여자들> 김정영 이혁래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상 / <그림자꽃> 이승준 감독
*주목할만한 다큐-민들레상 /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극영화 감독상 / <휴가> 이란희 감독
*남우주연상 / <좋은 사람> 김태훈 배우
*여우주연상 / <갈매기> 정애화 배우
*각본상 /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촬영상 / <밤빛> 김보람 촬영감독
*신인감독상 / <갈매기> 김미조 감독
*신인배우상 / <정말 먼 곳> 기도영 배우
*저예산 장르영화상 / <클라이밍> 김혜미 감독
*MPA 프로듀서상 / <파이터> 모성진 프로듀서
*조연상 / <액션히어로> 김재화 배우
*스태프 부문 음향상 / <최선의 삶> 박용기
*공로상 / 트리플픽쳐스 강기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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