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 기립박수 받은 아이유 "엄마역 하고플때 '브로커' 만났다"
“특정해서 어떤 엄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출산이라는, 인생에서 너무 큰 벽을 넘어본 사람. 내 몸 안에서 태어난 생명을 지키는 사람. (엄마 역에 대해) 그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소영’이는 좀 특별한 엄마였죠.”
상업영화 데뷔작 ‘브로커’에서 본명 이지은으로 첫 미혼모 연기에 나선 가수 겸 배우 아이유(29)가 “엄마 역할에 막연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브로커’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린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다. 이 영화로 처음 한국배우들과 한국말 영화를 만든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주연 배우 송강호‧강동원‧이주영, 제작자 이유진 영화사집 대표도 자리에 함께했다.
이어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서 이지은을 만났다. 전날 ‘브로커’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 행사에서 자신을 보러 온 다국적 팬들을 만난 그는 “니스공항에 들어올 때부터 팬들이 기다리셔서 신기한 일정이 되겠는걸, 했는데 레드카펫에 더 많이 계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게 말했다.
"엄마란, 내 몸에서 나온 사람 평생 궁금한 존재"
‘브로커’ 속 소영은 이런 K팝 스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소영은 짙은 화장으로 눈을 가린 삐딱한 엄마다. 욱하면 거친 욕설도 뱉어낸다. 부산의 한 교회에 마련된 베이비박스에 아들 우성을 놓고 갔던 소영은 다음날 우성을 되찾으러 갔다가 불법 입양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를 만난다. 빚에 시달리는 상현과 아이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보육원 출신 동수는 소영에게 좋은 가정에 아기를 팔자고 제안한다. 우성을 사줄 부모를 찾아 세 사람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긴 여정에 오른다.
우성을 외면하다가도 기저귀를 척척 갈고 습관처럼 자장가를 부르는 소영이다. 이지은은 “소영이 모성이 있지만, 또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연기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출산의 고통,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 많이 했지만, 결국 완벽하게 모르는 영역이라 (고레에다 감독이 쓴) 대본을 최대한 따라갔어요. 극 중 제 아들 역 아기와 쉬는 시간마다 눈 마주치고 말을 시키고 ‘내 아들이다. 내가 낳은 아이다. 나랑 닮았다’ 이입했죠.”
고레에다 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를 보고 이지은을 캐스팅했다고 했다. 이지은은 “소영은 제 개인과 많이 다른 인물”이라며 “많은 분이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 비교하는데 지안보다 저에게서 더 멀리 있는 인간상”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얘는 왜 자기를 화장으로 가려버리고 항상 화가 나 있을까. 왜 그런 인생을 살고 있을까’ 대본에 없는 부분까지 상상하며 연기하다 보니 어느순간 소영이 동수‧상현 일행과 동화되는 지점에서 저도 저절로 마음이 가는 걸 느끼고 신기했다”면서다.
“우성이한테 마음이 가지는 대로 표현했다. ‘더 모성을 표현해야지. 뭔가 애틋해야지’ 그런 것은 하지 않았다”는 그는 소영을 통해 경험한 엄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결국에는 보고 싶고 보러 가고, 내 몸 안에서 나온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평생 궁금하고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고레에다 "이지은, 쿨하고 온화한 사람"
송강호 역시 이지은의 연기력을 인정한바다. “배우로서 초연함, 자기만의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나의 아저씨’ ‘최고다 이순신’(KBS2, 2013) 등 이지은의 드라마 출연작을 예로 들며 “굉장히 총명하게 감수성을 받아들인다”고 칭찬했다.
이지은은 드라마를 넘어 4명의 영화감독과 작업한 넷플릭스 엔솔로지 ‘페르소나’(2019), 짧은 출연 만에 인상을 남긴 영화 ‘아무도 없는 곳’(2021) 등도 선보여왔다. 다음 달 8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브로커’ 이후엔 배우 박서준과 호흡 맞춘 스포츠 영화 ‘드림’(가제)이 기다린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2019)을 만든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브로커’로 12분간의 기립박수 속에 칸영화제 데뷔식을 치른 소감을 그는 “벅차고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그 박수는 영화를 만든 모두에게 고생했다는 말 같았어요. 진짜 응원, 위로, ‘고생했다 너희’ 같은 다독임으로 느껴졌습니다.” ‘브로커’ 수상 여부가 가려질 칸영화제 폐막식은 한국시간 29일 새벽에 열린다.
프랑스 칸=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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