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다시 시동 건 포항의 엔진 이수빈, "소극적이던 나를 깨는 중"

서호정 기자 2022. 5.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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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19년 포항스틸러스 유스가 배출한 고졸 신인으로 K리그1에 등장한 2000년생 이수빈은 만 19세라 믿기 어려운 정교하고 안정된 플레이로 눈길을 모았다. 데뷔 시즌에 리그 28경기에 나섰다. 이듬해 포항이 최영준(현 제주)의 임대를 1년 더 연장하길 원하자, 전북이 K리그 최고 수준의 중앙 미드필더를 보내며 맞임대로 요구한 선수가 이수빈일 정도였다. 


하지만 전북 임대는 이수빈에게 수준 높은 선수들과 함께 한 좋은 경험으로 위안을 삼기 어려운 시간이 됐다. 이수빈의 위치에는 2020시즌 K리그1 MVP에 오르는 손준호(현 산둥)가 있었다. 공격적인 위치에 서기에는 김보경, 이승기, 쿠니모토 등을 넘기 힘들었다. 결국 이수빈은 2020시즌에 리그 4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창 경기를 뛰며 자신감을 충전하고, 빠르게 발전해야 할 시간에 정체되면서 포항으로 돌아온 2021시즌까지 그 대가를 치렀다. 24경기에 나섰지만, 내용과 영향력은 데뷔 시즌과는 동떨어졌다. 평균 출전 시간은 반토막이 났다. 특히 실수가 잦아졌다. 전반기에 이수빈에게 많이 기회를 줬던 김기동 감독은 여름에 영입한 박승욱이 오른쪽 풀백에서 맹활약하자, 신광훈을 신진호의 파트너로 삼았다. 이수빈은 후반기에 리그 경기에 3번 밖에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2022시즌은 이수빈에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 프로 4년차를 맞은 그가 데뷔 시즌이 커리어 하이가 된다면 향후의 전망은 불투명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본인 스스로 절치부심했다. 동계 훈련부터 스스로가 적극성을 강조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위축되지 않는 좋은 시도를 하다가 나오는 장면이 필요했다. 올 시즌의 흐름은 작년과 다르다. 시즌 초반에는 벤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8경기에서는 7경기에 선발 출전이었다. 포항 중원의 핵심인 신진호가 최근 부상으로 결장하자 이수빈의 존재감은 한층 묵직하게 다가오는 중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7일 훈련을 마치고 팀 동료인 신진호, 이승모, 고영준, 이호재와 함께 저녁 식사로 피자를 먹으러 나왔다는 그가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주문한 피자가 나와서 식기 전에 빠르게 마무리해야 했던 인터뷰에서 이수빈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프로 3년차까지 데뷔 시즌이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년의 시간에 대해 많이 돌아봤을 것 같네요. 
1년차에 그만큼 퍼포먼스를 낼 줄은 몰랐죠. 그런 퍼포먼스가 더 발전을 했어야 했는데, 전북에 임대를 가서 경기를 못 뛴 게 치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포항으로 돌아와서 경기를 뛰는데 감각이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임을 그때 느꼈죠. 위축이 많이 돼서 실수도 더 늘어났어요. 냉정하게 작년, 재작년에는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준 걸 인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 특히 작년에 플레이가 많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원래 성격상 소심한 면이 있어요. 경기장에서 실수를 한번 하면 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먹거든요. 그러면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져요. 신중한 게 아니라 공을 안 뺏기려고, 패스 실패를 안 하려고 쉬운 시도만 하죠. 그런데 지금은 옆에서 형들이 실수를 해도 괜찮으니까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올해는 실수를 해도 도망가지 말고, 한번 더 시도하자고 마음을 먹으니까 달라진 거 같아요. 


- 22세 룰에 해당하지만 일단 후배인 고영준 선수가 앞서가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진호라는 큰 벽과 온전히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진호 형은 정말 대단한 선수죠. 냉정하게 현재는 제가 옆에서 보고 배울 것이 더 많은 입장이에요. 그래도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결국 경쟁이죠. 최근에 저도 자신감이 붙으니까 내가 가진 장점을 인식하고, 그걸로 한번 경쟁해볼 수 있는 상황은 됐다고 생각해요. 진호 형이 그런 얘길 늘 해요. 나는 나만의 장점으로, 너는 너만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누가 뛰든 팀이 더 잘 된다고. 결국 진호 형과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는 팀의 성공이니까요. 


- 데뷔 시즌에 미랄렘 피아니치와 같은 뛰어난 패스 전개, 탈압박 능력을 중원에서 보여줬습니다. 한동안 실종됐다가 최근에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진 패스가 상당히 날카롭고 정확해요. 
저도 그런 부분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잘 보여주는 상황이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최근에 여러모로 팀 사정이 들어맞았어요. (김)승대 형이 돌아오면서 제 패스가 산다고 보거든요. 승대 형이 가진 그 특별한 움직임이 전방에서 나오니까 제 패스가 들어가는 상황도 열리더라고요. 사실 1년차 때도 승대형과 전반기에 함께 하면서 잘 맞아서 제가 빛난 거였거든요. 지금도 제가 공을 잡으면 승대 형 본인이 알아서 전방에 공간으로 뛴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띄워주기만 하면 끝입니다. 


- 13라운드였던 전북과의 홈 경기에 후반 투입돼 경기 흐름을 뒤집었습니다. 팀은 패했지만, 이수빈의 등장 후 경기력이 호평을 받았는데요.  
전북에 가서 배운 게 많았어요.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보고 느끼는 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경기를 못 뛰니까 다 의미가 없더라고요. 우승이라는 경험, 훌륭한 선배들 옆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경기를 못 뛴다는 건 선수에게 많이 힘든 거잖아요. 그래서인지 포항으로 돌아온 뒤 전북을 만나면 더 성장한 나를 보여주고, 이기고 싶더라고요. 퍼포먼스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죠. 고마운 시간이지만, 현재는 그 1년이 더 큰 목적의식을 갖는 자극과 반성이 되고 있어요. 


- 14라운드 인천전은 시즌 두번째 풀타임이었습니다. 그만큼 지금 흐름에서 김기동 감독이 이전과 다른 신뢰를 이수빈 선수에게 주고 있다는 건데요.  
감독님이 선발 출전 기회를 주셨는데, 가장 먼저 교체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위치가 실수가 많으면 안 되고, 거기에 다른 선수들도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전반부터 나갔는데 실수가 나오면 감독님은 안 좋게 보실 수밖에 없어요. 인정해야죠. 하지만 반 게임을 뛰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돼요. 극복하는 건 저의 책임이고요. 인천전에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니까 감독님도 마지막까지 믿음을 주시더라고요. 김기동 감독님은 저에 대해 잘 아세요. 성격적으로 소심한 부분이 있으니까 큰 부담을 안 주려고 하세요. 어떤 얘기를 들으면 부담감에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이시나봐요. 저한테는 그냥 자신감 있게 하라는 말만 하세요. 여기서 잘 해야 23세 대표팀에 가서 아시안게임에도 나갈 수 있지 않느냐고 목표를 부여하시죠. 


-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혹시 동기부여가 흔들렸나요? 최근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 보니 더 아쉬울 거 같습니다.
심적으로 흔들린 건 아니지만 아쉬움은 없지 않아 있죠.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황선홍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해 보였을 것 같아요. 다행히 U-23 대표팀이 이번 대회로 끝나는 게 아니고, 연기된 아시안게임까지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저도 최근의 흐름을 이어가고 리그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분명 다시 불러 주실 거라 봐요. 엄청 서럽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더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이죠. 우즈베키스탄에 가 계시지만 포항에서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중에 재방송으로라도 보셨으면 좋겠어요. 


- 스스로 소심한 성격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 좋은 부분은 아니죠. 그걸 바꾸려고 어떤 노력을 하나요?
프로에 오기 전에는 그런 부분을 경기력으로 묻고 갔어요. 하지만 프로에 오니까 문제 인식을 하게 됐죠. 제가 생각이나 사고하는 부분부터 경기장에서 잘 보여드려야, 선수로서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선수여야 더 기회를 받고 증명할 수 있죠. 어떻게 내가 가진 걸 제대로, 잘 보여드릴까 라고 고민하니까 심리적인 부분부터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더라고요. 그런 것만 바뀌어도 저는 제 장점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 4년차니까 그런 소극적인 문제는 이제 깨고 나가야 하는 때고요. 


- 최근 헤어스타일로도 과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뒤로 이수빈 선수 헤어스타일에 많은 관심이 모입니다.
네네… 그 해병대 돌격머리 같은 투블럭은 제 의사는 아니었고, 진호 형이 이 머리가 어울릴 거 같다고 추천한 걸 바버샵에 가서 했어요.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너무 짧게 짜르니까 제가 어색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미용실에 가서 알아서 단정하게 해 달라고 맡기는 중이에요. 헤어스타일보다는 플레이로 더 적극성을 보여야죠. 


- 신진호 선수가 조만간 돌아옵니다. 그러면 다시 경쟁이 시작될 건데요. 
저는 경쟁과 공존이 뒤섞였다고 생각해요. 진호 형이 지금 빠졌지만 팀이 잘 하는데, 진호 형이 들어오면 잘 되는 게 더 극대화되지 않을까요? 진호 형이 공을 소유하며 연결해주고, 저도 옆에서 그걸 맞추면서 제가 잘 하는 걸 보여주면 결국 팀이 살지 않을까 싶어요. 중요한 건 궁극적으로 팀이 잘 되는 거니까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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