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초청 상관 없이 내겐 의미 있는 이 작품" [오마이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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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을 벌이는 9편의 단편 영화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각질> 은 문수진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였다. 각질>
출품된 3500여 편 중 9편 안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이라는 방증아닐까.
그렇기에 칸영화제 초청 자체보단 이 작품을 세상에 냈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겐 의미가 커 보였다.
칸영화제 일정 후에도 문수진 감독은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와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연이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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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애니메이션 <각질>을 연출한 문수진 감독. |
ⓒ 문수진 |
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을 벌이는 9편의 단편 영화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각질>은 문수진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였다. 출품된 3500여 편 중 9편 안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이라는 방증아닐까. 봉준호 감독의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지난 26일 팔레 드 페스트벌 인근에서 만난 문 감독은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27일 공식 상영에 앞선 기술 시사를 마치고 온 그는 "사실 오기 전까진 걱정이 많았는데 큰 화면으로 제 작품을 보니까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어 보였다.
약 7분 분량의 작품엔 무표정한 주인공이 자신의 껍데기를 빨고 손질하는 장면, 그 껍데기를 입고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귀가했을 땐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이 아마도 제 개인적 이야기를 담는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서 더 이번 작품에 많이 준비하려 했다"고 문 감독이 말을 이었다.
"그만큼 의미가 컸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나와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과로 진학했는데 제 경우엔 학교를 좀 오래 다녔다. 7년을 다녔는데 여러 상황이 안 좋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날 생각하는 모습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모습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고 느끼던 중이었는데 무엇이 진짜 나인지, 진짜 나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그런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였다."
그렇기에 칸영화제 초청 자체보단 이 작품을 세상에 냈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겐 의미가 커 보였다. "출품 결과가 어떻게 됐건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전 세계 관객분들에게 보인디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라며 문수진 감독이 말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싶다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근데 코어랄까? 일종의 자기 중심이 저 스스로는 없다고 생각해서 고민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애니메이션 <각질>의 한 장면., |
ⓒ 문수진 |
"피부에 일어난 죽은 껍데기지만 아직 피부에 붙어있고, 제 온몸을 마치 한 겹의 막처럼 감싸고 있는 거잖나. 하지만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그런 건데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붙이게 됐다. 원래 제목은 '몽중몽'이었다. 생각해보면 별로였다(웃음)."
중학교 2학년 때 취미로 다니기 시작했던 미술학원이 입시로 이어져 지금의 진로가 됐다고 한다. 문수진 감독 또한 "스스로도 이 길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인지 의심을 많이 했다"며 "물론 갑자기 생긴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프로를 많이 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칸영화제 일정 후에도 문수진 감독은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와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연이어 참여한다. 약 보름 넘는 기간 동안 뜻하지 않게 유럽 일대를 다니게 된 셈이다. "집순이고 사실 해외여행이 두 번밖에 없어서 처음엔 나오는 게 무서웠는데 아무래도 와서 이런 경험을 하니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와닿는 느낌이 있다"며 앞으로 계획을 언급했다.
"예전 같으면 작업한 걸 학교 내에서 상영하면 폴더에 넣어두고 그랬는데 이렇게 어떤 형태로 돌아오니 뭔가 일어났긴 했다 싶다. 사실 언젠가 장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은 있는데 지금 제 상황에선 무리가 있고, 언젠가 기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 중인 작품은 따로 있다.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처음과 결말은 나왔고, 중반 부분을 구상 중이다. 올해 후반부터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제 생각이나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못하는 편이다. 그 생각에 얽혀 힘들어하곤 하는데 작업을 하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고, 감정을 느꼈는지 파악하게 된다. 그러면 흘려보낼 수 있게 되더라. <각질>이 좀 더 특별한 건 내 경험 그대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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