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못피했다..시험대 선 이재명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

박태인 2022. 5. 28.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김경록 기자·연합뉴스

거물급 정치인이라면 언젠간 마주해야 할 시험대가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비유되는 정치 신인과의 매치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야는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을 퇴색시키려, 혹은 시대의 바람을 탄 ‘새인물’을 탄생시키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반복해왔다. 골리앗의 입장에선 이기면 본전, 지면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꽤 가혹한 시험대다.

이번 선거에선 인천 계양을이 그런 곳이다. 여야를 통틀어 역대 최다 득표(1614만표)와 최소 표차(0.73%포인트)로 낙선한 전직 대선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와 낙선 경험이 전부인 ‘0선’의 무명 정치인(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이 보궐선거 국회의원 자리를 다투고 있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다윗이라 칭한다.

애초엔 ‘이재명 망신주기’ 성격이 강한 공천이었다. 현재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골리앗의 고전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5일 발표한 인천 계양을 여론조사(23~24일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45.5%, 윤 후보는 44.3%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다른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초박빙 상태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위원장이 지난 23일 지역구 유세 중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장난다”며 손을 목에 갖다 대고 “끽”이라고 말한 장면도 있었다.

지난 23일 유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가 "정치생명이 끝난다"며 손을 목에 갖다 댔던 모습.. [유튜브 캡처]

과거 다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어땠을까. 역사속 승패는 반드시 이 후보에게 호의적인 편만은 아니다. 골리앗이 이긴 적도 많았지만 종종 다윗에게 고전도 했고, 이따금씩은 발목도 잡혔다.


'문재인 VS 손수조' 골리앗이 이겼지만…


유명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결이다. 당시도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살의 청년 정치인 손수조를 공천했다. 결과는 55.04%대 43.75%로 문 전 대통령의 낙승. 골리앗의 승리였다.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부산을 방문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 선거 사무실을 방문 지원을 호소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손 후보와 함께 유세하며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선 나꼼수 멤버들과 문성근 당시 최고위원까지 현장 유세에 나서며 총력전을 벌였다. 문 전 대통령도 부산을 떠나지 못했다. 정치를 그만두고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인 손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쪽에서 오히려 바싹 긴장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그래도 유력 대선주자의 발목을 잡는 데는 성공했단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오세훈 잡은 고민정, 나경원 잡은 이수진


지난 총선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경우도 많았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떨어뜨렸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집으로 돌려보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원 첫 출마였던 고 의원은 광진을에서 오 시장을 2.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오 시장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되며 생환하기 전까지 "정치적 재개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오 시장이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도 방심하지 않는 이유도 그때의 교훈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왼쪽)과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각각 유세를 하고 있다. 고 의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역시 첫 출마였던 이 의원도 동작을에서 4선의 나 전 의원을 7%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며 낙승했다. 처음엔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이번 이재명 대 윤형선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인천에 지역구를 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유권자들은 더이상 이름값이나 장·차관과 같은 직함에 기대어 표를 주지 않는다”며 “지역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를 철저히 계산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의 고전은 예상된 결과란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많은 골리앗들은 이름값에 기대 지혜롭지 못한 선거를 해왔다”며 “지금 이 후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하다. 지금이라도 낮은 자세로 임한다면 골리앗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