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 오염에 장기 노출되면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도 증가

강찬수 2022. 5.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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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서 주의보 발령 사실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O3)에 장기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 외에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중국에서 발표됐다.
한국도 오존 오염도가 해마다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오존 농도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임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대학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중국 연구팀은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오존에 장기 노출될 경우 평소 고혈압이 없던 사람도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연구팀 74만 명 추적조사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 오존 오염도.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강력한 산화 물질인 오존은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짧은 기간 고농도 오전에 노출될 경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노출에 대해서는 연구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데 대해 엇갈린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중국 연구팀은 장기 노출을 통해서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에 있는 인저우 지역에 거주하는 74만 4882명에 대해 2009~2018년 건강 기록을 추적 조사했고, 거주 지역에서 측정한 오존 오염도와 비교했다. 연구 대상 개인은 610개 마을로 나누었고, 오존 오염도는 모델링을 통해 가로세로 1㎞ 격자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이 지역의 연평균 오존 오염도는 30.43~39.87 ppb(1ppb=10억분의 1)의 범위였고, 평균치는 34.71ppb였다. 기온이 높은 계절인 2~10월만 따지면 연평균 33.74~43.28ppb였고, 평균은 37.37ppb였다.


한국 오존 오염 지속적으로 상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같은 오염도는 한국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 대한민국 전체의 연평균 오존 오염도는 30ppb였고, 서울은 25ppb였다. 2~10월만 따지면 2020년 서울은 28.78ppb, 전국 평균 오염도는 33.33ppb였다.

중국 연구팀은 오존 오염도가 ㎥당 10㎍(5.1ppb) 상승하면 전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2% 증가했고,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할 위험은 21% 늘어났다.
또, 전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8% 증가했는데, 출혈성 뇌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은 39%, 허혈성 뇌출혈 사망 위험은 22% 증가했다. 이러한 위험도는 초미세먼지(PM2.5) 오염의 영향을 고려한 수치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오염도나 다른 전통적인 심혈관계 질환 위험요소와 무관하게 높은 오존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에서 오존의 노출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농도인 임계치를 제시한 사실을 지적했다. 2017년에 발표된 캐나다의 연구에서는 25㎍/㎥(12.76ppb)를, 2016년 미국 암학회에서는 35㎍/㎥(17.86ppb)를, 2019년 미 국립보건원에서는 40㎍/㎥(20.41ppb)를 임계치로 제시했고, 일부에서는 60㎍/㎥(30.61ppb)를 제시했다.


한국, 오존 오염 임계치에 도달


오존 사망률이 높은 250개 도시의 분포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22]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오존 장기 노출과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선진국의 경우 오존 오염도가 대부분 60㎍/㎥(30.61ppb)를 밑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오염이 심한 중국을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장기간 오존 노출과 심혈관계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역학적 증거를 얻었다"고 밝혔다.

임계치보다 더 높은 오존 농도에서는 오존 오염도와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관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오존 오염도는 논문에서 제시한 임계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인 60㎍/㎥(30.61ppb)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국내에서도 오존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오존 오염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오존 오염이 심한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존이 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높이는 원인과 관련해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오존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가 전신 염증 활성화로 이어지고, 염증 매개체는 혈관에서 응고 인자의 방출을 자극하고, 혈관 기능을 손상하고, 혈전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허혈성 심장 질환을 촉진하고 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사망을 유발하게 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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