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은 왜 박지현에 등 돌렸나

김윤진 2022. 5.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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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대장' 응원하던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층
"박 위원장 586 의원·개딸 무시해"..사퇴 촉구
朴도 "팬덤정치 심각" 입장 완고..대립각 첨예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일명 '개딸(개혁의 딸)'의 거센 사퇴 요구에 부딪혔다. 적극적 정치 참여로 당의 강성 지지층으로 부상한 개딸과 '팬덤정치 청산'을 외치는 박 위원장 간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박 위원장과 개딸 사이 대립각이 첨예한데다 당 지도부의 갈등도 다시 격화하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발표한 쇄신안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폭력적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일부지만 팬덤 정치가 우리 당원을 과잉 대표하고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후에 인천에서 열린 민주당 비대위 인천 집중유세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당 지도부 간 내분 양상을 드러냈다.

이처럼 민주당 개혁이 필요하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는 박 위원장에게 "'내부 총질' 멈추라"는 일부 당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다. 특히 '개딸'로 불리는 2030 여성 지지층이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입장으로 돌아서서 이목이 쏠린다. 이들은 지난 20일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당신은 민주당 비대위장 자격이 없다"며 박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개딸'은 20대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중심으로 결집한 민주당의 2030 여성 지지층을 일컫는다. 대선 이후에 개딸들은 민주당에 입당하고 다음 카페나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잼파파(이재명+파파)' '잼칠라(이재명+친칠라)' 등의 친근한 별명으로 칭하고, 박 위원장은 '불꽃대장'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지지자·방어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의원 성비위 의혹 등 당내 현안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부터 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박 위원장이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586 용퇴' '팬덤정치 결별'을 주장하자 크게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5일 당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가 심각하다"며 당의 쇄신 요구에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박 위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지방선거를 망칠 셈이냐" "당원 의견 무시할 거면 나가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개딸들은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이유로 기성 정치인들의 경험과 노력을 무시한다는 점을 꼽는다. 외부에서 차출된 정치 신인이 당에 실질적인 공을 세운 의원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트위터의 한 민주당 지지 계정 운영자는 "586 정치인 없이 민주당을 날로 먹을 생각이냐"고 질타했다. 이들은 '팬덤 정치'라는 단어에도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개딸 트위터 계정 운영자는 "2030 여성이 정치 고관여층이 되니 '팬덤 정치'라고 의미를 깎아내리느냐"며 개딸을 2030 여성들의 유의미한 정치세력화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개딸이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으로 자리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 18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가 국민 걱정을 해야 하건만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하고 있다. 힘든 국민에게 손 내밀기는커녕 매번 국민에게 힘 달라 손 내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강경파(강성 지지층)를 무시해서는 중도파도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밝히며 핵심 지지층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위원장이 발표한 당 쇄신안에 대한 논의는 선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내홍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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