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도 반복될 '범죄도시' 공식
이제 확실해졌다. 한국 관객은 배우 마동석과 ‘범죄도시’를 좋아한다. 5년 전 688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 이어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마저 500만 관객(5월28일 기준)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나쁜 놈을 때려잡는 단순한 한국 액션 영화가 이렇게 사랑받은 일이 있었나. 기획, 제작, 각색에 참여한 마동석이 처음부터 ‘범죄도시’를 8편까지 기획한 자신감엔 근거가 있었다. 다음 편도 나온다. 배우 이준혁이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하는 ‘범죄도시3’가 곧 촬영에 돌입할 예정. 1, 2편에서 반복된 ‘범죄도시’ 만의 특징을 되짚으며 ‘범죄도시3’에서 만날 장면들을 예상해봤다.
(기사에 영화 ‘범죄도시’, ‘범죄도시2’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 빌런이 여럿이다
‘범죄도시’ 속 빌런은 주인공보다 더 주목받는다. 5년 전 남긴 명대사가 지금도 회자되는 장첸(윤계상)은 강한 인상을 준 빌런이다. 2편에서 그의 이름이 다시 언급될 정도로 시리즈 자체를 상징하는 빌런으로 대단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위성락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는 2019년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무명 배우 타이틀을 벗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2편이 공개되자 새로운 최종 빌런 강해상(손석구)과 장첸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부분 액션 영화처럼 ‘범죄도시’도 빌런이 벌이는 악행을 통해 주인공이 싸워야 하는 명분을 준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빌런이 어떤 사연을 가진 인물이고 어떻게 살아와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서사를 보여주는 대신, 영화에 여러 명의 빌런을 등장시켜 일종의 빌런 월드컵을 진행한다. 장첸은 안성태(허성태)가 이끄는 독사파와 장이수(박지환)가 이끄는 이수파를 제압하고 황춘식(조재윤)이 이끄는 춘식이파와 대립하며 곽 사장(김구택)의 돈을 받으려 애쓴다. 강해상(손석구)은 강도 협박을 공모하던 유종훈(전진오) 등 3인방을 제압한 후, 필리핀에 머물며 살인청부 일을 하던 장씨 형제를 불러들여 자신을 죽이려고 선수를 고용한 최춘백(남문철)에게 직접 찾아간다. ‘범죄도시’는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나쁜 놈들 가운데 이놈이 가장 강하고 나쁘다는 사실을 설득하며 마석도(마동석) 앞으로 이끈다. ‘범죄도시3’에서도 누가 더 나쁜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나쁜 놈들 투성인 세계를 보여준 후 가장 센 놈이 최종 빌런으로 등장, 결국 마석도에게 신나게 얻어맞지 않을까.
□ 경찰은 힘들다
‘범죄도시’에서 경찰은 정말 힘들게 일한다. 멋있게 폼을 잡거나 본능적인 감각과 뛰어난 머리로 범인을 쉽게 제압하는 경찰 대신, 2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해 목욕탕에서 양말을 빨거나 숨을 헐떡이며 뛰어다니고 온 몸으로 빌런과 맞서는 경찰이 등장한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건 일상이다. 1편에서 장첸과 첫 맞대결을 벌이다 얼굴에 부상을 입은 강홍석(하준)은 강력반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한다. 2편에서 전일만(최귀화)는 기습을 당해 어깨에 부상을 입고, 오동균(허동원)은 칼에 찔리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간다. 동료의 부상은 마석도를 비롯한 경찰들이 크게 분노해 꼭 잡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감정에 동요가 생기는 건 극 중 인물만이 아니다. 빌런이 타고 도망치는 차를 막으려고 몸을 내던진 후에도 잡지 못해 아쉬워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도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한다. 마석도의 존재가 비현실에 가깝단 걸 알면서도 영화에 몰입하는 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현실 경찰 이야기가 잘 그려졌기 때문이다. ‘범죄도시3’에서도 빌런을 잡는 데 혈안이 된 경찰들이 발로 뛰고 몸을 던지다가 다치고 쓰러지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을까.
□ 시민들이 지켜본다
‘범죄도시’는 혼자 싸우지 않는다.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싸움을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끼어드는 아트박스 사장(마동석) 같은 시민이 ‘범죄도시’에 등장하는 건 아니다. 대신 나쁜 놈을 제압하는 순간을 시민들이 항상 지켜본다. 마석도는 1, 2편 모두 시민들 속에서 첫 등장해 칼을 들고 싸우는 현장을 제압한다. 빌런과 싸움을 벌이는 공간(식당, 공중 화장실, 백화점, 버스)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이 지켜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들이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1편에서 장첸의 흑룡파는 다른 폭력배들과 달리,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협박을 일삼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2편에선 장이수를 쫓던 강해상이 도로변에 몰려든 시민과 의경에게 욕을 하고 칼을 휘두른다. 비록 경찰들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로 보는 시민들의 불신을 마주하고(1편), 범인을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으로 신문 1면에 나온다(2편). 하지만 ‘범죄도시’는 경찰이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경찰 역시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양꼬치 가게에서 일하는 소년에게 엄마의 안부를 묻고 버스에서 하차하는 할머니에게 손자에게 주라며 경광봉을 쥐어주는 것처럼, ‘범죄도시3’에서도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면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마석도과 금천서 형사들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을까.
□ 마동석이 이긴다
당연하게도 ‘범죄도시’ 속 마동석은 지지 않는다. 빌런이 얼마나 강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2시간 동안 보여줘도 소용없다. 마동석은 빌런에게 싸움 트라우마가 깊게 새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필요 이상의 힘을 들여 성실하게 두들겨 패고야 만다. 덩치가 크거나,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겨눠도 소용없다. 마동석은 언제나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보이며 쉽고 정확하게 제압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동석이 이길 걸 알면서도 ‘범죄도시’를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보게 하는 건, 그가 선보이는 싸움 기술이 아니다. 마동석은 누구와의 말싸움에서도 매번 이기는 욕심쟁이다. 1편에서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혼자 왔냐고 묻는 장첸에게 싱글이라고 답하는 장면은 2편에서 돈을 5:5로 나누자는 강해상에게 누가 5냐고 되묻는 장면으로 변형돼 등장한다. 베트남에 가서도 마동석은 ‘진실의 방’을 만들어 절대 지지 않는 심문을 이어간다. 물어뜯으며 덤비는 빌런에게 좀비냐고 되물어 관객의 머릿 속에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프로보이드라 부르고, SUV 차량을 USB라고 부르며 영어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애교로 넘어가자. 어쨌든 ‘범죄도시3’에서도 마석도는 여유롭게 상대의 말과 주먹을 받아치며 말싸움과 몸싸움 모두 이기지 않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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