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이상한 재건축, 둔촌주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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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촬영했다.
2019년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기 전 2년간 벌어진 일을 기록했다.
250마리의 '재건축 떼죽음'을 막기 위해 주민들은 길고양이 이주 작전을 벌였다.
2019년 철거 당시 이 지면에 썼던 '이상한 재건축, 둔촌주공'은 도시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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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촬영했다. 2019년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기 전 2년간 벌어진 일을 기록했다. 무려 6000가구가 거주하던 이곳에는 길고양이 250마리도 함께 살고 있었다. 안전한 단지 안에서 캣맘들이 때때로 주는 밥을 먹으며 느릿느릿 다니던 녀석들에게 재건축은 죽음을 뜻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려는 습성이 강하다. 건물이 부서져도 달아나는 대신 더 깊숙이 숨곤 해서 재건축 철거 잔해에는 늘 고양이 사체가 섞여 있다.
250마리의 ‘재건축 떼죽음’을 막기 위해 주민들은 길고양이 이주 작전을 벌였다.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들은 데려다 입양시켰고, 먹이 주는 장소를 단지 밖으로 옮겨 영역이 바뀌도록 유도했으며, 안 떠나는 놈들은 포획해 먼 곳에 풀어줬다. 그래도 버티다가 아파트와 운명을 함께한 몇몇이 있지만,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란 평을 들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새 보금자리를 얻었는데, 정작 사람들의 보금자리에 문제가 생겼다.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40일이 넘었다. 조합과 시공사는 소송전을 벌이며 맞서고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돈 문제가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로 비싸게 팔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사비 갈등이 극단적 대립을 불렀다. 싸우느라 길어지는 공기만큼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새 아파트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속이 타들어갈 것이다.
2019년 철거 당시 이 지면에 썼던 ‘이상한 재건축, 둔촌주공’은 도시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든 집이 헐리게 되자 이곳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 책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촬영해 기록을 남겼다. ‘안녕, 둔촌주공’ ‘나의 둔촌아파트’ ‘집의 시간들’ 같은 작품이 쏟아졌다. 그렇게 애틋한 아쉬움의 대상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절반 넘게 진행된 공사를 팽개치는 극한 분쟁의 무대가 돼버렸다. 사는 곳일 때의 따뜻한 정서는 사는 것이 돼가면서 욕심과 갈등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러 모로 이상한 재건축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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