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아마노 "내 여권 빼앗을 필요 없다, 울산에 남고 싶으니까"

김정용 기자 2022. 5.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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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아마노 준이 울산현대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면 '여권 알아서 반납해주세요'라는 댓글이 늘 달린다. 임대 신분으로 맹활약 중인 아마노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납치해버리자는 이야기다.


아마노는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가진 뒤 '결국 여권 빼앗을 필요 없다는 이야기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써도 좋다"고 답했다. 요코하마마리노스 복귀보다 울산 완전이적을 선호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아마노는 팀 내에서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영어도 잘 하는데 성격상 입을 다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민감한 주제나 자랑으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에도 거침이 없었다.


가장 핫한 선수를 만나러 왔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다골이 2018년의 J리그 5골 8도움이었는데, 이번 시즌은 12경기 만에 벌써 5골 1도움이다. 어느 때보다도 골이 많은 이유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경기하곤 한다. 3선에 있는 선수들이 게임메이커 역할을 잘 하니까 골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골 도움 합친 공격포인트도 2018년의 13개가 최고 기록이었다. 올해 흐름을 유지한다면 크게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할까?


울산에 오기 전까지 개인적인 목표는 사실 7골이다. 예전엔 골보다 게임을 만들고 도움을 주는 플레이를 더 즐기곤 했다. 울산에서 골을 넣는 기쁨을 맛봤기 때문에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더 넣고 싶다.


골이 많기만 한 게 아니고 멋있다는 반응이 있다. 스스로 꼽는 가장 멋진 골은?


세트플레이 말고 경기 흐름 속에서 만들어내는 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성남과 인천 상대로 골을 넣었는데 인천전 골이 더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천전 골 같은 걸 넣으면 소셜미디어로 팬들의 메시지가 올 텐데


역시 여권 이야기('아마노 여권 압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자국민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게 인상적이고 놀랍다.


팀에서 득점을 요구할 것 같진 않은데


감독님이 딱히 지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공격적인 선수니까 확실히 생각은 한다. 감독님은 아무래도 말을 안 하고 자유롭게 플레이하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축구하기 편하다.


홍명보 감독은 노련한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경기하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수비적인 부분에선 확실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공격할 때도 물론 형태는 있다. 하지만 상대방 진영, 특히 상대 3선과 수비 라인 사이에서 좌우로 많이 움직이면서 선수들을 끌어내고 그 공간을 활용해 앞쪽으로 나가는 플레이나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라인 활용에 대해 감독님이 따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진 않는다. 이런 플레이가 내 장점이고 그걸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편한 부분이 있다.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선수가 원두재, 이청용 등 여러 명인 팀에서 아마노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역할은


이규성, 이청용, 바코처럼 게임메이커 능력이 있는 선수가 많다. 나는 순간적인 번뜩임, 수비와 일대일 장면에서 만들 수 있는 차이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행을 처음 결심했을 때는 좋지 않은 주위 상황을 바꾸기 위한 절박한 마음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마음가짐을 비교해 본다면


결심하고 여기 온 뒤에도 경기 출장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물론 지금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까지는 이 팀에서 절대, 핵심적인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 압도적인 존재가 되어 그런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개인상 목표도 있겠다


당연히 있다. 베스트일레븐 같은 거 하고 싶다.


일본에서도 슈퍼스타로 알려져 있는 홍명보 감독과 함께 인터뷰 사진이 찍혀 거꾸로 일본에 소개됐다. 남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나는 '홍명보 세대'다. 당연히 오기 전부터 존경했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함께 축구를 하면서 다른 감독과는 다른 특별한 부분이 있다는 걸 느낀다. 감독님이 지향하는 울산 축구가 개인적인 스타일과 매우 잘 맞고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점도 울산에 잘 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홍명보 세대? 홍 감독이 J리그 선수로 뛰던 시절 몇 살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저게 리베로다'라고 했다. 발밑도 뛰어나고 수비도 물론 잘하니까. 그런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 훈련에 들어와서 같이 해 봤는데 공 배급해주는 것만 봐도 '와 잘한다'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울산의 어린이 팬들이 '나는 아마노 세대'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게 되면 좋겠고 그러려면 훨씬 활약해야 한다.


울산 완전이적 여부가 화제다. 원래는 단순 임대라고 알고 있는데 현재 마음은?


울산에 와서 이렇게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매우 즐겁다. 생활 면에서도 전혀 불만이 없고 나나 가족 모두 이곳을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 축구선수는 역시 경기에서 뛰고 결과를 남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물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은 완전이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주변에서도 '요코하마 시절보다 훨씬 축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 주위에서 내가 그렇게 보인다면 나 스스로 정말 그런 것 아닐까 싶고 또 기분이 좋은 일이다. 완전이적하고 싶다.


지난번 해외진출이었던 벨기에 로케런 임대는 팀 해체라는 뜻밖의 사건으로 갑자기 끝나버렸다. 당시 아쉬움을 지금 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건 유럽이든 아시아든 해외에서 활약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국에서 축구하는 걸로 그 아쉬움을 좀 불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 자체 다큐멘터리 '푸른 파도'에 가족이 등장했다. 타향살이에 어려움은 없나


적응하기 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지만 스퀘어스포츠(에이전시)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전혀 문제나 불편함은 없다. 앞으로 더 적응되면 즐거운 일도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어도 더 공부해서 충실하게 한국 생활을 보내려고 생각한다.


다큐 출연 자체가 많이 편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텐데


일본이라면 있을 수 없다. 일본 다큐면 가족이 안 나갔을 것이다. 강군(홍보담당자)의 압박도 있었고, 해외라서 더 열린 기분이 됐다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시청한 가족의 반응? '시오쿤(아들) 귀엽다' 정도.


오기 전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여행으로 몇 번 왔다. 와이프는 박서준이나 한류 스타들을 좋아한다. 집에서 와이프가 한국요리인 삼겹살, 불고기를 만들어 준 적도 있다. 일본요리에 한국풍 소스를 쓰기도 하고. 김 같은 걸 사 와도 박서준이 포장지에 있는 김을 사 왔다.


박서준 배우가 축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는데 혹시…


와이프가 말해줘서 당연히 알고 있다.


울산에서의 삶은?


한국 운전이 어렵다. 한국에서는 우회전이 비보호라 스스로 판단해 움직여야 하지 않나. 그런 걸 적응해야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울산에 남고 싶다는 뜻이 강한 것 같다. '여권 빼앗을 필요 없다'라고 팬들에게 전해도 되겠나


그렇게 해 달라.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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