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발법이 뭐길래②] 11년 끌어온 논란, 이번에는 종지부 찍을까

장정욱 2022. 5. 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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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등 반대 측 우려 고려해
주요 내용 '모법(母法)'에 위임
추 부총리 법 제정 의지 강해
"미래 경제 성장 위한 핵심 법안"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경제 미래 성장력 제고를 위한 필수 법안 가운데 하나로 손꼽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과 관련해 이번 정부가 법 제정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발법은 전임 경제부총리가 퇴임하는 순간까지 입법에 실패해 아쉽다고 말할 만큼 공을 들인 법안이다.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11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서발법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기 동안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 부총리가 의원 시절부터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필요성을 역설해왔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020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수립 ▲서비스산업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민관합동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경제부총리) 설치 ▲서비스산업 규제개선 및 연구개발 활성화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서발법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는 ▲중점 육성 서비스산업 선정 및 제조업에 준하는 지원제도 마련 ▲서비스산업 국외진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전문연구센터 지정을 통한 인프라 구축 등의 구체적인 서비스산업 지원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추 의원 법안은 보건·의료분야를 지원대상에 포함하되 의료인 진료거부 행위를 금지하거나 건강보험 의무가입 및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 전 국민 의료급여수급권을 보장하는 국민건강보험법 등 의료공공성 관련 핵심조항을 서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서발법이 의료행위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를 불식시키려는 조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원욱 의원은 2020년 7월 서발법을 발의해 ▲서비스산업 발전위원회 구성 및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 및 교육기관 지정·지원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확대 ▲창업·세제 지원 ▲국외 진출 지원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추 부총리 법안과 이 의원 법안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서비스산업을 지원하되 민영화 우려가 있는 부분은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산업 분야별 지원에 있어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 기존의 법령을 모법(母法)으로 하기로 했다. 현행법 내용이 새로 제정될 서발법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다.


의원들의 이러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은 의료·교육·환경 등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영역에서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는 데 법 목적이 있다며 비판한다.


참여연대 등은 민영화 위험과 함께 서발법에 법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헌법에서 규정하는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재부가 서비스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권을 갖는 것도 주는 독점 문제도 꼬집는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외국의 입법사례를 보더라도 서비스산업 전체를 관할하는 입법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만약 법안대로 서비스산업 범위가 행정입법에 포괄위임 될 경우, 국민 기본권에 직결된 양질의 비영리 공공서비스 영역이 경쟁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시장논리와 산업논리에 의해 영리화돼 국민 건강권, 교육권, 사회보장수급권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그야말로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에서 발생하는 논란”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1년 동안 법 관련 수많은 논의를 통해 사실상 문제가 지적된 부분은 거의 다 고쳐진 상태”라며 “그런데도 반대쪽에서 민영화 등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것인데, 내용을 더욱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서발법은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모두 모법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민영화를 한다면 서발법과 관계없이 각각의 법을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며 “오히려 지금 발의된 서발법은 지나치게 반대 여론을 의식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 우리 산업은 4차 산업시대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다수의 경제전문가가 서발법은 향후 국가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만들어야 할 법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민영화 등에 관한) 막연한 우려로 입법을 막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60% 정도로 미국(77.4%)이나 영국(70.6%), 프랑스(70.3%), 일본(69.4%)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10%p 이상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도 48.8%로 아이슬란드와 터키, 멕시코를 제외한 OECD 33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32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비스산업 취업유발계수는 12.8명으로, 제조업 6.2명의 2배가 넘는다. 부가가치유발계수도 서비스산업(0.873)이 제조업(0.635)을 앞선다. 그만큼 서비스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주요국 수준으로 올리면 경제성장률을 1%p 상승시키고 약 1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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