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우크라 의료위기 심각" 러 규탄 결의안 채택..中은 반대

김서원 2022. 5.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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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어린이 병원이 지난 3월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압도적인 지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WHO는 최고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이런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88표, 반대는 중국 등 12개국이었다. 또 53개국은 기권했으며, 대부분은 아프리카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졌으나, 유일하게 헝가리만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결의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이 심각한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런 '비상사태'를 촉발했다고 명시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 의료시설을 겨냥한 256건의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75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 일본, 터키와 일부 EU 국가의 지지를 받아 발의됐다. 예브헤니아 필리펜코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사는 표결 후 "이번 결의안은 전쟁을 중단하라고 WHO가 러시아 연방에 보내는 분명한 신호"라며 "우크라이나 보건위기의 책임이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폴란드 대사단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응급요원들이 마리우폴 내 산부인과 폭격으로 부상당한 임산부를 후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알리모프 주제네바 러시아 대사는 "정치화되고 일방적이며 편파적인 결의안"이라며 "러시아를 고립시키거나 비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도 러시아를 지지했다. 중국 특사 측은 "WHO는 우크라이나 의료 문제를 논의하기엔 옳지 않은 토론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WHO가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한층 더 고립시켰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WHO 유럽 회원국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지역 사무소 폐쇄하고, 러시아 내 회의 개최를 중단하는 등 내용을 담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단, 실효성 있는 대러시아 제재가 포함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결의안 채택은 우크라이나의 상징적인 승리였으나, WHO가 러시아를 제재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공격을 지속할 경우 찬성국들이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의료시설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결의안을 냈다. 이는 표결에서 찬성 15표, 반대 66표, 기권 70표로 부결됐다.

로이터는 "같은 날 희비가 엇갈린 두 결의안이 전쟁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작지만, 개전 이후 3개월여 만에 우크라이나 측 입장이 다자 간의 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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