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 '시네마달', 손해배상소송 승소

성하훈 2022. 5. 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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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로 차별과 배제를 당한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시네마달(대표 김일권)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시네마달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등의 손해를 봤다며 1억9천여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네마달이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3건의 영화와 상영하지 못한 1건,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을 합해 손해배상금 8천만 원을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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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불법행위".. 위자료도 인정

[성하훈 기자]

 지난 2017년 촛불집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피해 영화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 시네마달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로 차별과 배제를 당한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시네마달(대표 김일권)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를 법원이 다소 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최근 시네마달이 국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8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시네마달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등의 손해를 봤다며 1억9천여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차별했다. 정권 반대 투쟁에 나섰던 전력이 있는 개인과 단체들의 명단을 작성해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시네마달은 2013년~2016년 사이 영진위의 다양성영화 개봉 지원사업과 독립영화 창장직원 지원사업에 신청했던 작품들이 대거 배제됐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모래가 흐르는 강> 2013년과 2014년 <빚>, 2014년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구럼비, 바람이 분다> 등이다.

특히 시네마달 관련 다큐멘터리 심사 조를 별도로 구성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사실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시네마달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배급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무조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네마달은 국내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배급사로 <두 개의 문> <나쁜 나라> <밀양 아리랑> <자백> <소성리> 등을 배급해 왔다.

"기관 책임 인정된 뜻깊은 판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정리한 영진위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에 나온 시네마달 내용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재판과정에서 정부와 영진위는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해 실제 지원에서 배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네마달이 지원금을 신청했다고 반드시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을 것이라 볼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등 이유로 원고를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하고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거나 특정 영화의 상영을 거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네마달이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3건의 영화와 상영하지 못한 1건,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을 합해 손해배상금 8천만 원을 산정했다.

이에 대해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블랙리스트 피해단체 연대 모임)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매우 뜻깊은 결과로 가해 기관의 책임이 인정된 판례는 피해자들의 회복에 도움이 되고 다른 블랙리스트 피해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기대했다. 10%도 안 되는 피해자들만 손해배상소송을 했고 미진한 조사로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있어 블랙리스트 적폐청산에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윤희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발 방지 및 국가범죄와 사과와 피해자 회복에 단 한번도 답한 적이 없고, 박보균 신임 문체부 장관도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할 뿐 재발방지 법제화와 정책실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안 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김기춘·조윤선 등의 주모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구럼비, 바람이 분다>를 연출한 조성봉 감독은 "법원이 국가가 자행한 야만적인 블랙리스트 피해를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피해 보상액이 적은 느낌이다"라며 "야만적인 국가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치세력이 반성과 사과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여전히 분노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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