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기업의 주인, 당연 '주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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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세계적 추세로 보면 주인은 단연 주주라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주주를 기업의 주인으로 여긴다.
워런 버핏은 저서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에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증대를 경영의 최우선 목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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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경영자는 ‘직원 가족 여러분’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재무경제학 관점에서 답이 조금 다를 뿐이다. 재무경제학의 요지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그 방식에 따라 주인은 달라진다. 회사가 창업주 자산을 사용하면 오너,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하면 채권자, 주식을 발행하면 주주가 각각 주인으로 간주된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세계적 추세로 보면 주인은 단연 주주라고 한다. 사실 회사와 계약 관계인 주체는 직원, 협력업체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주주를 기업의 주인으로 여긴다. 잔여청구자이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채권자들은 원금과 이자 정도를 챙긴다. 주주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잔여 가치 전부를 가져간다. 이를 ‘주주우선주의’라고 한다. 여기서는 경영자도 주주들이 고용한 고용인에 불과하다.
주주우선주의에는 폐단이 존재한다. 단기성과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2010년 4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해상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석유 채굴 업체인 브리티시페트롤륨의 석유시추선이 작업 도중 폭발했다.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고, 원유 8억 리터가 방류됐다. 한반도 남쪽 크기의 절반을 뒤덮을 양이었다.
예견된 참사였다. 경영진이 단기성과를 올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기술자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들에게는 안전점검보다 주주들이 먼저였다. 대체로 경영자는 주주보다 회사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다. 주주는 ‘정보 불균형’의 악용을 감시하고자 매년 경영자를 평가한다. 경영자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 장기적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데 몰두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을 맹신하는 듯하다. "기업의 유일무이한 사회적 책임은 회사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활동을 실행하는 것이다."
모든 주주가 단기 실적만 눈여겨보는 건 아니다. 워런 버핏은 저서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에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증대를 경영의 최우선 목적으로 봤다. 자신이 주주로 등록된 기업 경영진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당신이 회사를 100%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가 당신의 유일한 자산이고, 당신이 앞으로 100년 이상 회사를 팔거나 합병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경영해 달라. 당장의 회계 실적은 조금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2011년 9월부터 11월까지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의 맥락도 흡사하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99%’라고 외쳤다. 1%의 자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배당, 자본 이득, 보너스 등을 챙기면서 주주들을 위해 일한 정당한 보수라고 주장한 경영진을 몰아내자고 의기투합했다. 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의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2019년 8월 성명을 내고 "기업의 목적은 더 이상 주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 지권, 납품업체,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국내 상황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주주들이 대주주, 재벌, 경영자 등의 전횡으로 피해를 입기 일쑤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유망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상장시켜 모회사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일감 몰아주기, 그룹 지배권 다툼, 편법 증여 등도 횡행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선 아직 주주조차 기업의 주인이 아니다. 대부분이 후진 기업지배구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기업을 제멋대로 쪼개고 붙이며 사익 편취 수단으로 삼는 것에 속수무책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64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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