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이어 두번째 日서 데뷔하는 지휘자 아드리엘 김
日다케다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슈 초청..한·중·일 합동무대 지휘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일본은 클래식 강국이다. 세계 시장 지분의 20%를 차지한다. 도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다. 일본의 연간 클래식 관객은 약 400만 명. 해외는 물론 자국 오케스트라 서른두 단체의 연주까지 꼼꼼하게 챙겨본다. 뜨거운 관심에 교향악단과 연주자들은 일본 무대에 진출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지휘자 아드리엘 김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29일 일본 무대에서 데뷔한다. 그는 "부담보다는 기대가 앞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아드리엘 김은 일본 다케타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슈의 초청으로 한·중·일 아티스트 합동무대를 지휘한다. 일본 무대에 오른 국내 음악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가까운 거리에도 활발하게 교류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에서 데뷔한 한국 지휘자는 정명훈이 유일했다.
아드리엘 김은 "빈에서 유학하며 유럽 문화권의 음악인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왜 아시아에서는 국가 간 음악적 교류가 활발하지 못할까 생각한 적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번 공연은 한국 지휘자와 일본 오케스트라, 그리고 중국 협연자가 함께한다"며 "아시아 음악 교류의 장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 초청으로 중국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아드리엘 김은 "‘곧 일본 무대에도 설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한동안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시아에 클래식 시장이 비교적 늦게 형성됐는데 성장세는 가장 폭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2018년 뮤직 차이나 엑스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음악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약 18조 8250억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 악기 시장도 448억 위안(약 8조 4376억 원)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앞선다.
아드리엘 김은 이번 무대에서 일본의 국민 창가로 널리 알려진 렌타로 타키의 곡 ‘하코네 80리(箱根八里)’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인다. 그는 "일본에서 지휘를 제안 받은 뒤 자국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은 노래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올리면 양국의 문화 교류 측면에서 의미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좋은 뜻이라고 생각하고 수렴해 직접 편곡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드리엘 김은 "일본의 창가는 19세기 말 서양 클래식 문화가 들어왔을 때 그 형식을 가져와서 자체적으로 해석하고 작곡한 형태라 낯설었다"면서도 "도쿄에서 하코네를 지나 미시마까지 80리 풍경을 그려낸 곡의 아름다움을 재해석 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일본 오케스트라의 강점으로는 정확성과 디테일함이 손꼽힌다. 아드리엘 김은 남다른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클래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오케스트라 스타일 역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연주를 추구한다"며 "자유롭게 즐기는 음악을 표방해온 제 스타일과 접점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드리엘 김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1학년 때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빈 국립음악예술대학교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프랑코 카푸아나 유럽연합 오페라 지휘 콩쿠르와 요르마 파눌라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지휘자로 이름을 알렸다. 김 지휘자는 "교향곡과 오페라 음반을 즐겨들으면서 지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지휘과 석사과정 시험에 덜컥 합격하면서 운명처럼 지휘가 전공이 됐다"고 했다. 이어 "석사 1학년 때 모차르트 교향곡을 지휘하면서 내 손 끝에 단원들이 감응하고 그 교감이 연주로 이어지는 순간 지휘가 앞으로 내 길이 될 것을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있던 기간에도 아드리엘 김은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을 창단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갔다. 아시아 무대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과 같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 한국 연주자와 지휘자들의 기량 또한 클래식 종주국인 유럽에서 인정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일본 데뷔 무대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치적 역사적 문제를 떠나 양국 간 문화 교류가 더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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