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달고 400일..이후 순후의 심장이 스스로 뛰었다

민태원 2022. 5. 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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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못해 심장 이식을 기다리며 한순간도 병상을 떠날 수 없었던 생후 18개월의 아기가 인공 심장을 1년 넘게 달고 생명을 이어오다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갔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조성규 교수팀은 '체외형 심실보조장치(VAD)' 삽입술을 받은 권순후군이 국내 최장 기간 장치를 유지한 끝에 심장 이식 없이도 심장 기능을 회복해 태어난지 544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27일 병원 문을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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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형 심실보조장치(VAD) 유지 국내 최장..심장이식 없이 회복 544일만 가족 품으로
심장 기증 대기 선천성 심장병 환아 및 가족에 희망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한 권순후군(왼쪽)과 퇴원을 앞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못해 심장 이식을 기다리며 한순간도 병상을 떠날 수 없었던 생후 18개월의 아기가 인공 심장을 1년 넘게 달고 생명을 이어오다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갔다.

선천성 심장병 소아가 국내 최장인 400일간 인공 심장 장치를 유지해 궁극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지 않고도 심장 기능을 회복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식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기증 심장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심장병 환아와 가족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조성규 교수팀은 ‘체외형 심실보조장치(VAD)’ 삽입술을 받은 권순후군이 국내 최장 기간 장치를 유지한 끝에 심장 이식 없이도 심장 기능을 회복해 태어난지 544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27일 병원 문을 나섰다고 밝혔다.

산전 검사에서 심근증·심부전을 진단받은 순후는 임신 38주, 3.5kg의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심장 기능이 17%에 불과했다. 약물 치료를 받고 나서도 심부전 증상이 지속됐다. 이 경우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체중이 작은 아기를 위한 적절한 기증 심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희망 없는 기다림 속에서 순후의 심부전 증상 등이 심해져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의료진은 순후가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더 큰 심장을 받을 수 있도록 생후 4개월 되는 시점에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는 튜브를 통해 펌프와 좌심실을 연결하고 펌프 운동을 통해 혈액 공급 기능을 돕는 의료기기다. 적절한 기증 심장을 구하지 못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아에게 적용한다.

다행히 순후는 합병증도 없고 수술 1개월째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질 만큼 상태가 안정됐다. 수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의료진은 심실보조장치 제거를 시도했지만 순후의 심장 기능이 나빠져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하염없이 심장 이식을 대기하던 중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순후의 심장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개선되고 발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의료진이 장치 제거를 재시도한 결과, 수술 400일째 되는 지난달 28일 순후의 몸에서 장치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순후의 작은 심장은 400일을 함께 한 보조장치나 새로운 기증 심장 없이 지금까지 힘차게 뛰고 있다.

국내 최장 기간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유지한 순후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가장 오래 유지한 소아 사례는 양산부산대병원의 300여일간이다.

나아가 이식 대기 중 장치를 삽입해 심장 기능까지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삽입술 28례가 실시됐으나 심장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경우는 순후를 포함한 3건뿐이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과 권순후군, 보호자가 함께 자리했다.

이를 가능케 했던 데에는 소아흉부외과 권혜원·민준철 교수, 심장수술 환아 전문 간호사를 비롯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세심한 치료와 정확한 판단이 있었기에 합병증 없이 장치를 유지한 끝에 제거할 수 있었다.

아울러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심장 이식도 감염, 거부반응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큼, 순후의 사례는 자기 심장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흉부외과 조성규 교수는 “이렇게 오랜시간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심장 기능을 회복해 이식 없이도 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기적”이라며 “현재 심장 이식을 기다리며 힘들어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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