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탑건
입력 2022. 5. 27. 00:14
한국영화의 선전도 돋보이지만 올해 칸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를 꼽으라면 ‘탑건: 매버릭’을 빼놓을 수 없다. 36년 만의 속편이라는 점에서도 화제지만, 전편에서 20대 청춘의 파일럿이었던 톰 크루즈가 이젠 완연한 중년의 교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그를 결정적 스타덤에 올려 놓은 ‘탑건’(1986)은, 지금은 고인이 된 토니 스콧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른바 ‘하이 컨셉트’(high concept) 영화의 전형이다. 간단히 말하면 ‘쉽고 간결하게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닌 영화’를 의미하는데, 이 세계에선 기승전결에 의한 서사나 잘 구축된 캐릭터나 빌드업에 의한 감정보다는 ‘스타일’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탑건’은 장편영화라기보다 러닝타임 110분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웠다. 가장 대표적인 신은 비치 발리볼이다. 구릿빛의 매끈한 근육질 남성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몸을 날리고, 그 스펙터클은 빠른 편집과 슬로 모션으로 포착된다. 그리고 갑자기 혼성밴드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가 흐르는 가운데, 톰 크루즈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한다.
개연성 없는 연결이지만, 당대 관객들은 이 장면의 ‘멋’에 환호했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돈 심슨이 만든 ‘하이 컨셉트’의 명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며, 스피드와 음악과 스타가 결합된 이 장면의 아우라는 지금도 회자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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