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대학 선정..여성은 공학에 약하다는 편견 깼다"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Q : ‘디지털 휴머니티’란 비전을 내놨다.
A :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고 기존 세상의 문법이 달라졌다. 숙대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지털휴머니티센터를 설립하고 인간 중심의 디지털 학문과 관련한 교과목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다른 아주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이 그 중 하나다.”
Q : 구체적으로 뭘 하게되나.
A :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불문 SW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공대생과 음대생이 모두 똑같은 SW 교육을 받아선 안 되지 않나. 학문별로 딱 맞는 SW교과목을 개발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전문 학술지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의 지영석 회장,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예일대 천명우 학장, 뇌질환 융합연구자인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 전 SK텔레콤 CTO인 SK텔레콤 김윤 고문 등 경험이 풍부한 외부 자문위원들이 과목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Q : SW중심대학에도 선정됐다.
A : “숙대는 2016년 공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173명에서 423명으로 확대했다. 만들어진 지 6년 밖에 안됐는데 굉장히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공대 안에서도 SW 분야 전공 선택 비율이 2018년 28%에서 2022년 67%로 증가했다. 대내외 환경이 SW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증거다. 숙대 정도 규모 대학에서 이렇게 단기간 학교의 정책 변화와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예는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이 반영돼 SW중심대학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Q : ‘여자는 이공계에 약하다’는 편견도 있다.
A : “그 말은 ‘숫자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많지 않다’는 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프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해저드에 빠진 공을 양말 벗고 들어가 친 이전과 이후 한국 여성 골프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사람이 시작하니 그걸 롤 모델로 다른 이들이 뒤따른 것이다. 숙대 역시 그런 어려움에서 시작했다. 험한 길, 힘든 길을 한 사람 두 사람이 가면서 만들어간 것처럼 여성 과학자도, 여성 공학인도 그렇게 키워갈 것이다.”
숙명여대는 여대 중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취업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육·공군 학군단을 모두 유치한 유일 학교다. 장 총장은 “‘여성의 꿈과 비전을 실현시켜줄 대학’이라는 창학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는 물론 12만 동문까지 모두 발 벗고 나선 결과”라고 했다.
Q : 학생 취업 지원책이 있나.
A : “동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 동문 100여명이 멘토로 참여하는 에스엠 브릿지(SM-Bridge)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CEO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동문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재학생이 ‘저 내일 인터뷰 가는데 어떤 질문이 나올까요?’라고 하면 동문 멘토 그룹이 온라인으로 그에 맞는 대답을 해 주고, 더 필요하면 전화도 해 준다. 재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
Q : 유지취업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인가.
A : “맞다. 일단 멘토링을 통해 양질의 기업을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직무인지도 미리 알고 지원할 수 있다. 입사한 뒤 기대와 달라 실망하고 퇴사하는 일이 적다. 멘토인 동문들도 서로 많이 돕고 있다. 12만 명의 동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Q : 작년부터 공군학군단도 모집했다.
A : “국가를 책임질 여성 인재 양성이 숙대의 창학 이념이다. 2010년 여대 최초로 육군 학군단 창설해 현재까지 300여명에 달하는 정예여성장교를 육성했다.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년 공군 학군단도 유치하게 된 것이다. 지원율, 경쟁률도 높다. 우주시대를 대비한 미래형 정예장교를 양성한다는 취지다. 학군단 후보생에 대해서는 전액 또는 50%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숙사비와 해외문화탐방 등의 교류경비도 지원하고 있다. 육군, 공군 두 개 학군단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Q : 여대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는데.
A : “지난해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여성의 가사노동 및 양육 부담이 증가하며 여성 삶의 질이 퇴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성평등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 교육의 기회가 부족했던 예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구조적인 성차별과 성 역할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있다. 실재하는 구조적 차별과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대의 존재 필요성이 여전하다. 오히려 여성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대에 대한 정부와 교육 당국의 지원이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
■ 장윤금 총장
「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지난해 제20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교육혁신 부문)을 수상했다. 2020년 숙명여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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