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김성철

전혜진 2022. 5.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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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낭만과 이성, 사랑과 증오, 그 어떤 얼굴로 불쑥 나타날지 예측 불가능한 김성철.
재킷과 슬리브리스, 팬츠는 모두 2728.

Q : 전작 드라마 〈그해 우리는〉과 뮤지컬 〈데스노트〉로 보여준 얼굴은 전혀 달라요. 현장 출근 패턴도 다른가요

A : 뮤지컬은 주 4회 공연이니 3일은 쉬어요.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직장인 패턴과 비슷하달까요.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 분명하니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요. 물론 무대에 최상의 상태로 올라야 하니 의무적으로 일상 루틴을 지키는 편이고요. 공연이 예술의전당으로 옮겨 8월까지 연장됐어요. 감사하게도 한동안 L로 더 오래 지내게 됐네요.

Q : 데뷔작도 뮤지컬 〈사춘기〉입니다. 뮤지컬로 ‘돌아왔다’는 표현을 정정하고 싶을 만큼 애착이 강한데 무대의 어떤 구석이 당신을 자극할까요

A : 〈데스노트〉를 공연하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꽤 있었어요. 프리뷰 공연에는 인사하다 울컥했죠. 큰 공연장에 주연으로 서는 것도 처음이었고 방송이나 영화로 김성철을 알게 된 분들이 더 많으니 긴장이나 압박감이 컸는데, 그럼에도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고 느껴지는 날엔 괴로워요. 그래도 꽉 찬 객석을 향해 홀로 노래하면 몸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아요.

Q : 김성철의 L 표현 방식은 조금 더 ‘인간답다’는 감상이 들었어요. 사신과 살인마에 맞서는 탐정이지만 소시오패스라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요. 당신 관점에서 L은 어떻게 읽히나요

A : 수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결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은 아니에요. 법과 질서를 굉장히 중시하고, 라이토가 데스노트를 주워 인간을 심판 하려는 행동을 저지하려는, 누구보다 사람다운 친구죠. 거북 목에 꼬질꼬질한 차림인 건 추리에 집중해야 하고 옷을 세탁할 시간도 부족해서겠죠. 소‘ 식좌’지만 두뇌를 계속 써야 하니 초콜릿과 사탕으로 당을 충전하고요. 의외로 굉장히 명확히 읽히는 인간이에요.

니트는 Jacquemus by Boontheshop. 팬츠는 OAMC by Boontheshop. 슈즈는 Sonshinbal.

Q : 명확히 읽히는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당신과 닮은 구석이 있다면

A : 비주얼적 싱크로율을 위해 머리를 자르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 말고는 전혀요. 저는 천재도 아니고 자세도 바르고 사탕이나 초콜릿도 안 먹거든요. 단백질을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Q : 실제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고뇌하는 인간으로 남는 것과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것, 무얼 택할 건가요

A : 신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됩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맡은 바를 충실하는 편이 맞다고 봐요. 신이 되겠다고 나서는 건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웃음).

Q : 뮤지컬 배우 홍광호와 고은성, 두 라이토와의 호흡도 미묘하게 다르죠

A : 은성 형과는 나이대와 에너지가 비슷해요. 거친 에너지를 부딪히며 스파크를 일으키려 하고, 광호 형은 늘 차분하고 정제돼 있어서 저도 정제된 에너지로 맞서죠. 두 배우 모두 노래를 잘하는데, 테크닉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쪽의 균형이 깨지면 몰입도 깨지는데, 두렵기도 했지만 다들 잘 도와줬어요.

셔츠와 벨트는 모두 Dolce & Gabbana. 팬츠는 8 by Yoox.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Q : 라이토와 L, 두 캐릭터의 미묘한 긴장감을 구현하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때는

A : 사실 카타르시스보단 매번 벌벌 떨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바빠요. 오히려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커튼콜때 광호 형과 서로 껴안고 ‘오늘 잘 주고받았네’라며 기분을 만끽해요. 어제는 은성이 형과 “우리 ‘찢은 거’ 아냐?”라며 자화자찬을(웃음)!

Q : 상상으로나마 데스노트가 갖고 싶었던 적 있나요

A : 없어요. 죽음은 정할 수 없잖아요. 저도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버리고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순간이 생기면, 삶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고 여겼어요. 자의적으로 죽음을 정하는 노트는 저희 뮤지컬 소품으로만 존재해야죠

Q : 실제로도 흉흉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세상. 이 작품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방식에 대해 얘기합니다

A : 정의 구현을 하고 싶다면 해낼 수 있는 직업이 많잖아요. 검사나 경찰 혹은 나아가 나라를 이끌겠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시도조차 없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건 옳지 않아요.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위치나 책임감을 갖춘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L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재킷과 카디건, 쇼츠, 슈즈는 모a두 Prada. 네크리스는 Chrome Hearts. 벨트와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혹시 정의 구현에 뜻이 있나요

A : 없습니다(웃음). 열심히 연기하고 맡은 바에 충실할 뿐이에요. 오늘 화보 열심히 찍고 ‘네이름택’ 영상도 재밌게 찍고, 내일 공연도 잘 준비하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의죠.

Q : 배우의 관점에서 정의를 정의해 본다면

A : 음, 그 누구도 아닌 제게 맡겨진 캐릭터를 두고 “김성철이 해서 좋았다”는 말을 듣는 것.

Q : 당신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어느 쪽에 가깝나요

A : 주변에서는 착하다던데(웃음)…. 제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악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어떤 사건을 봐도 지탄하기보다 그‘ 럴 수도 있겠다’ 사‘ 연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죠. 앞으로 착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Q : 지난 ‘엘르 스테이지(ELLE Stage)’에서 배우 이상이와 부른 ‘잘 지내자, 우리’ 영상 마니아 층이 꽤 생겼어요. 잔잔하고 담백한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었지만, 파워플한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의 발성이나 톤은 확연히 다르죠

A : 마이크에 대고 노래할 땐 저마다 목적과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를테면 ‘잘 지내자, 우리’는 어떤 대상을 향한 감정을 떠올리며 불렀죠. 그때 기억으로는 상이를 상대로 불렀어요. 연인의 감정보다 상‘ 이야, 우리 제발 좀 잘 지내자’라는 마음으로(웃음). 공연은 객석에게 소리의 힘으로 닿아야 하기에 발성 테크닉이 다르고, 곡에 싣는 감정의 크기도 달라지죠. 일상에서는 화가 나도 “뭐지? 너무 짜증 나”라고 하고 말지, “끝장을 내겠다”고 포효하지는 않으니까요.

Q : 김고은, 이상이 등 학교 동기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당신과 잘 지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A : 각자 말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서로 할 말만 해도 개의치 않고요. 고민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도 좋지만 “야, 성철아 그건 아니지”라고 해줘도 좋아요.

니트 베스트는 Labeless. 레더 팬츠는 Ofotd. 벨트는 Polo Ralph Lauren.

Q : 그렇다면 배우로서는 어떤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나요

A : 팀원이 좋은 건 엄청난 행운이기에 매번 좋은 환경을 만나긴 어려워요. 저는 차라리 일상에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공기 쐬고, 예쁜 것들 보며 힘을 얻죠. 집에서 남산이 잘 보이는데, 요즘 온통 초록색이라 예뻐요. 엊그제 하늘도 예뻤잖아요.

Q : 〈그해 우리는〉의 순정남 지웅은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었죠. 가장 힘을 빼고 연기한 캐릭터군요

A :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 〈빈센조〉의 민성처럼 캐릭터 성이 짙고 확실한 인물은 일정 부분 창조해 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요. 지웅이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현호처럼 ‘남사친’의 모습으로 일상에 존재할 법한 친구들은 오히려 더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어렵죠. 눈으로 말해야 하는 감정들이 많달까요.

Q : 서브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지웅이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감상이 보이더군요. 당신의 마음에도 남아있을까요

A : 없어요. 넷플릭스에 남아 있을 거예요(웃음). 벌써 6개월이 흘렀는데 어딘가에서 잘 지내겠죠.

Q : 연기에 대한 피드백에 민감한 편인가요

A : 물론 배우로서 연기를 잘한다거나 캐릭터를 잘 구축했다는 말은 좋지만 항상 달콤한 말만 들을 수는 없어요. 맞는 역할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고요. 그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을 때 같은 반응이 올 거라고 기대하는 건 당연하지 않아요. 이 직업에서 비판 또한 뗄 수 없는 부분이고, 분명히 바꿔야 할 부분은 개선하고요. 좋은 말만 듣거나, 세상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지는 않아요.

재킷과 카디건은 모두 Prada. 네크리스는 Chrome Hearts.

Q : 그럼에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늘 사랑으로 꼽곤 하죠

A : 제 직업은 특히 다수에게 사랑받는 일이잖아요.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요. 그런 면에서 애정이 없다면 팍팍할 거예요. 짜증 나거나 화를 내는 건 쉽고, 재미난 걸 보면 웃거나 즐거울 수 있어요. 하지만 가족이나 팬과 사랑을 주고받는 건 서로 선택해야 하고, 상호작용이 바탕이 되잖아요. 쉽지 않은 일이에요.

Q : 오늘도 사랑 충만한 하루였나요

A : 포토그래퍼 실장님도 어떻게든 저를 잘 담아내려 노력하셨고, 스타일 실장님들도, 에디터님도 어떻게든 저 멋지게 나오게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주시던데요(웃음). 이 또한 제가 받는 사랑의 일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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