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X 대신 '짠테크'로 몰리는 MZ세대..1만보 걸어 100원 벌고 '잔돈'은 바로 저축

반진욱, 윤은별 2022. 5. 2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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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직장인 김서정 씨는 걸을 때마다 틈틈이 스마트폰을 켠다.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1만걸음을 걷는 게 그녀의 목표다. 1만걸음을 채우지 못하면 늦은 밤이라도 꼬박꼬박 나가서 걷는다. 그가 걸음 수를 꼼꼼히 세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다. 김 씨는 걸음 수에 따라 돈을 주는 앱 ‘캐시워크’를 설치하고, 걸을 때마다 포인트를 받는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던 김 씨는 ‘걸음 수 측정하고 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친구 추천을 받고 앱을 설치했다. 1만보를 걷고 나면 하루 최대 100원의 돈이 들어온다. 적은 돈이지만 김 씨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최근 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 열풍이 분다. 짠테크란 인색하다는 뜻의 ‘짜다’와 투자를 일컫는 ‘재테크’의 합성어다. 적은 돈을 아껴서 모으거나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몇 년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인·주식 투자에 성공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시형 소비’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투자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코인과 주식 투자로 웬만해서는 돈을 벌기 힘들게 됐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덮쳤다. 물가가 오르면서 청년층의 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을 최대한 아껴 쓰려는 MZ세대가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은 ‘라스트오더’ 앱을 통해 전국 1만여 점포에서 ‘마감 할인’을 제공한다. 주 제품은 도시락, 삼각김밥 등이다. (세븐일레븐 제공)

▶걸으면 돈 주는 ‘만보기’ 앱 눈길

▷마감 주문하는 라스트오더도 인기 up

IT업계는 각종 ‘앱테크’ 상품으로 청년 세대를 공략한다. 앱테크란 앱에서 요구하는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나 소액 현금 등을 보상받는 형식의 재테크를 일컫는다. 미션 유형은 다양하다. 매일매일 앱에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거나 하루에 몇 걸음 이상 걷는 식이다.

캐시워크는 하루에 1만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보상으로 주는 앱이다. 이때 보상으로 받은 ‘캐시’는 주요 사용처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인기가 대단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캐시워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517만명에 달한다. 한 달 동안 517만명의 사람이 ‘캐시워크’를 썼다는 뜻이다.

송금 앱 ‘토스’는 최근 ‘토스 만보기’ 기능을 넣었다. 10걸음, 5000걸음, 1만걸음을 걸을 때마다 돈을 10원에서 20원까지 적립한다. 토스가 지정하는 장소까지 걸어가면 100원을 추가로 제공한다. 하루 최대 140원씩 모을 수 있다. 모은 돈은 토스 계좌에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지난 4월 선보인 ‘모니모’는 높은 보상 금액으로 인기를 끈다. 모니모는 미션을 수행한 사용자에게 ‘젤리’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젤리는 모니모 앱에서 걸음 수 5000보 이상 걷기 등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적립된다. 이렇게 적립한 젤리는 젤리교환소라는 곳에서 랜덤 모니머니로 교환한다. 젤리 1개당 모니머니 10원으로 바꿀 수 있다.

유통가에서는 폐기를 앞둔 음식을 값싸게 판매함으로써 높아진 물가 부담을 낮춰주는 ‘마감 할인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특히 MZ세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의점이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라스트오더’ 앱을 통해 전국 1만여 점포에서 ‘마감 할인’을 제공한다. 도시락, 삼각김밥, 유제품 등이 주요 품목이다. 할인율이 최대 75%에 달한다. 2022년 들어 인기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6만명대에 머무르던 라스트오더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올해 4월 8만명을 넘어섰다. CU의 자체 마감 할인 서비스 ‘그린세이브 서비스’ 역시 올해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그린세이브 서비스는 이용 건수가 처음 서비스 시작 당시 대비 62.4% 증가했다.

뒤질세라 금융업계도 ‘짠테크’ 열풍에 풍덩 뛰어들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샀다치고적금’ 상품을 내놨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소비를 참은 뒤, 앱에서 사려 했던 물건의 구매 가격만큼 입금하는 상품이다. 매월 1000~30만원의 소액을 저축할 수 있고, 최대 연 3.1%의 금리가 적용된다.

남은 잔돈을 투자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상품도 있다. 하나은행은 ‘잔돈투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결제할 때마다 1000원 미만의 남은 잔돈 등을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속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저금통 계좌’ 상품이 ‘대박’을 터뜨렸다. 누적 개설 계좌 수만 410만좌를 넘어섰다.

▶불확실한 미래 대비한 짠테크

▷쓸 땐 쓰지만, 줄일 땐 줄인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짠테크 열풍의 배경은 뭘까.

경기 악화, 저성장 등으로 미래가 불안정해진 것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만보 걸으면 100원’ ‘클릭 할 때마다 10원’ 같은 서비스 자체의 재미가 더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적 불안감을 매일 티끌을 모으는 소소한 재미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앱테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토스 등 플랫폼 기업의 니즈까지 맞아떨어져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짠테크 열풍은 기존에 알려진 MZ세대의 ‘플렉스’ ‘한탕’ 등의 소비 특성과 배치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쓸 땐 쓰되, 줄일 땐 줄이는’ 소비 풍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 소비자는 자기가 만족할 만한 것에는 확실히 돈을 쓰는 경향이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비를 줄일 부분은 졸라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짠테크 직접 해보니

40분 걸어 100원 ‘줍줍’…폐기 임박 도시락 ‘획득’

일상에서 ‘티끌’을 버는 각종 짠테크. 기자가 직접 도전해봤다.

먼저 설치한 것은 만보기형 적립 앱. 가장 대중적인 ‘토스 만보기’를 이용했다. 10보를 걸으면 10원, 5000보에는 10원, 1만보째에 50원을 주는 식이다. 여기에 지도에 표시된 식당, 공원 등 인근의 여러 곳을 방문하면 10원씩, 최대 100원을 더 준다. 5월 17일 이날 서울의 최고 기온은 27도. 땀을 뻘뻘 흘리며 40분을 걸어 10곳을 방문해 100원을 몽땅 적립받았다. 이날 1만보를 채우지는 못해 하루 동안 적립된 금액은 120원. 아쉬운 마음을 지인에게 토로했더니, ‘자동 걷기 기계’가 있다는 팁이 돌아왔다. 휴대폰을 거치하면 좌우로 움직여 ‘걷는 상태’로 인식되게 하는 기계란다.

다음은 마감 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활용했다. 기자의 위치인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인근의 앱상 지도에는 할인 판매 중인 다양한 매장이 나타났다.

지도를 살피다 눈에 띈 것은 편의점의 도시락. 유통 기한이 이날 오후 3시인 4500원짜리 도시락을 315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반찬 가짓수가 12개나 되는 나름 ‘호화 도시락’이다. 판매 기한은 유통 기한 20분 전인 오후 2시 40분. 앱으로 결제한 뒤, 아슬아슬하게 10분을 남기고 편의점에 도착했다. 창고에서 도시락을 찾아 건네준 직원은 “주로 도시락을 판매하고, 유제품도 가끔 나온다. 보통 기한이 다 되기 6시간 전에 판매를 시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총평. 이날 각종 짠테크 앱을 활용한 결과 120원을 벌고 1350원을 절약했다. 100원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 일부러 돌아다녀야 하는 ‘방문형’은 크게 손이 안 갈 것 같다.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감 할인 상품은 만족스러웠다.

[반진욱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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