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vs 2022년..크립토 겨울 비교해보니

나건웅 2022. 5. 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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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하락장 1년간 지속..이번에는 다를까

암호화폐(코인)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시장 가치가 전년 최고점 대비 50% 이상 주저앉는 이른바 ‘크립토 겨울’이 본격 도래한 모습이다.

최초의 코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래, 코인의 역사도 어느덧 14년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코인 투자자는 총 세 번의 크립토 겨울을 맞이했다. 2014년, 2018년, 그리고 올해 2022년이다. 딱 4년 주기다.

특히 상대적으로 최근인 2018년을 놓고 올해 상황과 비교하는 이가 많다.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최근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들여다보면 올해 크립토 겨울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연도별 가격 살펴보니

▷2014·2018·2022년만 ‘추락’

시장을 살펴볼 때 가장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은 역시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 변화다. 연도별 시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초 대비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1월 1일 시작가와 12월 31일 종가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한 2014년과 2018년, 그리고 올해를 제외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매해 급등해왔다.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0.003달러에서 0.3달러로 9900% 오른 2010년을 시작으로 2011년(1473%), 2013년(5511%), 2017년(1332%)에는 네 자릿수에 달하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2019년(95%), 2020년(301%), 2021년(66%) 등 최근 3년도 준수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세 번의 크립토 겨울이 있던 해에서는 현저한 하락장이 나타났다. 2014년에는 58%, 2018년에는 1만3860달러에서 3689달러까지 73%나 주저앉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022년 1월 4만7902달러로 시작한 비트코인은 5월 19일 기준 2만8953달러로 떨어졌다. 증감률은 -40%, 가격 낙폭으로 따지면 단연 역사상 최악이다.

▶3번의 크립토 겨울…이유는 제각각

▷2014년 해킹, 18년 규제, 22년은?

투자 전문가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하락장 때마다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사후 해석’이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하락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4년 하락장을 이끈 것은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이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비트코인 65만개를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 전반에 신뢰가 떨어지고 해킹당한 비트코인이 현금화되면서 매도세가 가속화됐다.

2018년에는 ‘규제’ 이슈가 컸다는 분석이다. 중국·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정부가 코인 규제에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려 나왔다.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도 글로벌 시장 침체에 한몫했다. 일명 ‘박상기의 난’으로 회자되는 ‘코인 거래소 폐지 특별법’ 논의가 대표적이다. 2017년 12월 한국 정부는 코인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 대책을 발표했고 이어 2018년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지에 정부 부처가 합의했다”는 의견을 공식화하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글로벌 시세 대비 30%에 달하던 ‘김치 프리미엄(한국 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 꺼지면서 전체 시장 폭락을 이끌었다.

마지막 2022년 급락의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과 ‘루나 사태’가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금리 인상과 함께 회수되고 루나 폭락 사태로 시장에 공포가 형성되면서 시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 번의 크립토 겨울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바로 ‘비트코인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이한다. 공급량이 줄어들고 채굴에 필요한 전력과 비용이 늘어나면서 반감기 직후에는 가격이 급등한다. 하지만 반감기 이후 2년 정도서부터 급등한 가격이 다시금 꺼지는 현상이 포착된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지금까지 2012년, 2016년, 2020년에 있었다. ‘반감기 2년 후=가격 조정’이라는 공식이 올해도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2022년 크립토 겨울, 언제까지?

▷나스닥 부활·현물 ETF 여부 관건

2022년 침체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2018년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과 투자 환경 탓에 의견이 엇갈린다.

2022년이 2018년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나스닥 등 미국 주식 시장과의 동조화 현상이다. 2018년 크립토 겨울 때는 딴판이었다. 2018년 1월 초 7000포인트를 밑돌던 나스닥지수는 2018년 9월 말 8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근래 기관이나 대기업 등 전문 투자자가 코인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점 기존 금융 시장과 동조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올해 더 강경한 중앙은행 정책이 예고된 만큼, 코인 시장 회복도 불투명하다.

코인 시장을 둘러싼 여러 데이터도 2018년과 2022년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 도미넌스’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란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전체 코인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 시총이 차지하는 비율을 수치화한 것으로 비트코인과 다른 알트코인 사이에서 ‘투자자가 어떤 코인에 더 매력을 느끼는지’ 차이를 보여주는 데이터다.

2018년 하락장 때에는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널뛰기를 했다. 하락장이 시작할 무렵인 1월 32.4%까지 줄어들었던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9월에는 55.5%까지 치솟았다. 2019년 6월에는 60%를 넘겼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전체 시장의 회복을 이끈 모습이다.

2022년에는 비트코인 도미넌스에 큰 움직임이 없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42.5%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월 현재 여전히 44%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다른 알트코인 사이에서 투자 매력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심리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결국 대장주 비트코인이 살아나야 시장 전체에 활기가 돈다. 비트코인 현물 ETF 등 호재가 발생하면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늘면서 시장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낙관론도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뜻하는 ‘온체인데이터’의 변화다. 그중에서도 ‘코인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보유량’ 데이터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온체인데이터 전문 기업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2018년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개수는 1월 199만개에서 12월에는 282만개까지 급격히 늘었다. 통상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이 늘면 매도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해석한다. 투자자들이 개인 지갑에 안전하게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옮기는 이유는 ‘매도’를 위해서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정반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비트코인 보유량은 264만개에서 249만개로 도리어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팔지 않고 오히려 개인 지갑으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라며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 같은 ‘고래 투자자’ 지갑에서 특히 이 같은 현상이 포착된다. 시장에는 긍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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