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대한조지아인' 바코가 울산의 선두질주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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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바코는 아이앱 스튜디오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날 입은 티셔츠부터 신발까지 인기 중고거래 앱 크림에서 모두 샀고, 때론 신발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한다고 했다.'한정판 의류 구입 필수 앱'을 쓸 정도로 바코는 한국에 빠르게 적응했다.
"사고방식이 비슷하다. 조지아처럼 한국도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고 예의가 바른 것 같다."바코는 외국에 나갔다 오면서 동료 선수,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에게 줄 선물을 사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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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바코는 아이앱 스튜디오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래퍼 빈지노와 친구들이 만들어 유명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의류다. 뜻밖의 로고를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더니 "크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입은 티셔츠부터 신발까지 인기 중고거래 앱 크림에서 모두 샀고, 때론 신발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한정판 의류 구입 필수 앱'을 쓸 정도로 바코는 한국에 빠르게 적응했다. 바코 자신도 한국 생활 2년차에 불과하지만 1년차인 아마노 준, 레오나르도를 챙기는 모습에 "외국인들의 주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말수 적은 아마노에게는 농담을 던지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레오나르도는 타일러가며 중간 관리자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의 조화는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원 팀'을 중시하는 홍명보 감독과도 잘 맞는다.
▲ 한국 사람보다 더 예의 챙기는 대한조지아인
한국 생활을 누구보다 잘 해내는 비결을 묻자 조지아 문화와 비슷해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고방식이 비슷하다. 조지아처럼 한국도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고 예의가 바른 것 같다."
바코는 외국에 나갔다 오면서 동료 선수,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에게 줄 선물을 사 오기도 한다. 꼭 해외출장 가는 한국 직장인 같다. 이 점 역시 한국에서 배운 게 아니라 조지아 사람들 역시 늘 하는 일이라며 "특히 와인을 많이 사 온다. 누구나 좋아하니까. 우리 강동훈 주무가 받았을 때 제일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눈치 빠른 선수답게 울산이 가장 갈망하는 건 K리그1 우승이라는 점도 빠르게 알아챘다. 울산은 2005년 이후 16년 동안 K리그 정상에 서지 못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FA컵 우승 2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1회를 달성했지만 K리그1에서는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에 대한 열망은 이 팀에 온 첫날부터 느꼈다. 작년에도 늘 실감하고 있었지만 아쉽게 놓쳤는데, 올해는 매 경기 더 잘 준비해서 더 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한국 최고라는 건 매 경기 보여주고 있다. 매 경기 정상을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
▲ 공을 빼앗을 수 없는 선수
경기장 위에서 바코의 가치는 "공을 빼앗기지 않는 선수"라는 동료 이규성의 말로 설명된다. 바코의 능력은 공격포인트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도입된 트래킹 기록에 잘 반영된다. 지난해 탈압박 1, 2위였던 제르소(제주)와 바코의 기록이 각각 25회와 24회였다. 그런데 올해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바코는 무려 30회를 기록했다. 김태환(울산), 라마스(대구) 등 2위 그룹의 11회와는 3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기계 고장 아닌가 싶은 기록이다. 바코의 공격 포인트는 2골 1도움에 불과하지만 7골 1도움의 레오나르도, 6골 4도움의 엄원상을 제치고 이규성이 가장 믿는 선수로 거론된 이유가 탈압박이었다.
"포테이토(이규성의 별명)에게 감사한다. 포테이토와 함께 뛰는 나도 좋다. 아마노 상, 블루 드래곤(이청용) 등 모든 동료들과 뛰는 게 즐겁다.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내 경기도 잘 풀린다. 탈압박에 대해 말하자면 딱히 의식을 하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골과 도움 숫자에 만족하진 않지만 울산에서 뛰는 이상 좋은 흐름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초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이규성의 별명이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도 '감자'냐고 물었더니 "맞다. 훈련 중에도 '굿 패스 포테이토'라고 외칠 때가 있다"고 답했다.
▲ 한국과 조지아의 연결고리
K리그에서 순식간에 적응하고 활약하는 바코를 보면서 모국의 친구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러 조지아 선수들의 K리그행 이적설이 있었다. 그 중 스트라이커 카차라바는 실제로 전남드래곤즈에 이적했다. 바코는 조지아 대표팀에서 한국 홍보대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많은 조지아 선수들이 연락해 와서 한국행이 어떨지 물어본다. 그들에게 한국에 대해 설명해 주고, 기회가 된다면 도와주려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조지아 선수가 건너올 가능성이 높으며,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으니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차라바는 현재 소속팀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걸 안다. 거의 매일 대화하는 친구 사이다.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프로페셔널하고 겸손한 선수니까 곧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바코는 조지아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매치 데이마다 유럽을 다녀오는 몇 안 되는 K리거 중 하나다. A매치 58경기 11골로 현역 조지아 대표 중 득점 2위다. 바코는 6월 A매치 4연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자체 대회인 네이션스리그를 치러야 하는데 초대 대회였던 2018-2019시즌에는 D리그(4부)에서 조 1위를 차지해 승격했지만 두 번째 대회에서는 C리그에 머물렀다.
"당장 노리는 건 네이션스리그,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월드컵과 유로 본선에 가는 게 목표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지아는 최근 대회인 유로 2020 예선에서 본선진출까지 단 1경기만 남았지만 북마케도니아와 단판승부에서 한 골 차로 패배한 바 있다.
한국 사회와 축구에 쉽게 적응한 바코지만, 한국어는 조지아어와 너무 딴판이라 배우기 쉽지 않다. 코칭 스태프로부터 숫자부터 익히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그마저 시간이 걸린다. 해외진출한 선수들이 늘 그렇듯, 욕은 가장 먼저 배웠다. 동료 선수나 지원스태프들과 친근한 대화를 주고받다보면 싫어도 배우게 되는 단어들이다.
바코는 이날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영어가 서툴어서 더 복잡한 말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뻔한 대답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코는 쉬운 단어만 쓰면서도 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지와 우승에 대한 열망을 여러 번 힘줘 말할 줄 알았다. 인터뷰에서 써야 하는 표현을 고를 때도 특유의 사회성은 잘 발휘됐고, 그게 바코의 한국 적응 비법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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