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민주당만 빼고'..헌재, 5대4 격론 끝에 "선거법 위반"

오효정 입력 2022. 5. 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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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투표 참여 권유'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건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26일 헌재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임 교수의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탈법 방법에 의한 인쇄물 배부 혐의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임미리 교수 [사진 임미리 교수 제공]


임 교수는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2020년 1월, 경향신문에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취지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에는 "(민주당이)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 있다",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2는 선거운동 기간 외에 벌어지는 투표 참여 권유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조항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임 교수는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일 사이에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 즉 신문을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배부해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20년 9월 임 교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임 교수의 피의사실은 인정된다고 봤지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 임 교수는 곧바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검찰의 처분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임 교수는 당시 페이스북에 "이 정도의 표현과 행위가 선거법을 포함한 법으로 의율된다면 앞으로 커다란 용기와 특별한 각오를 갖지 않는 한 누구도 쉽사리 정치권력을 비판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 대가는 한국 정치의 퇴행과 민주주의의 후퇴로 나타날 것"이라고 썼다. "정치권력은 선거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고 다양한 비판을 통해서만 견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9월 임미리 교수 SNS 게시글 [페이스북 캡쳐]


헌재는 하지만 재판관 5명의 다수 의견으로 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칼럼에 쓰인 구체적인 표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임 교수가 투표 참여를 권유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진영논리 극복과 책임정치를 촉구하고자 하는 정치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양형의 조건에 불과할 뿐 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헌재가 관여할 정도로 검찰이 자의적인 처분을 내린 건 아니라는 취지다.

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임 교수가 민주당 비판뿐 아니라 투표 참여도 권유했다고 봐야 하는데, 이 글이 특정 선거나 투표를 목적으로 쓰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칼럼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문구가 들어가긴 했지만, 이는 집권 여당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심판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당시 임 교수가 매월 칼럼을 기고하고 있었고, 한국 정치를 연구분야로 삼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칼럼에 21대 총선을 겨냥한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인쇄물 배부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은 취소됐다. 헌재는 신문은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인 만큼, 당시 해당 칼럼이 실린 신문이 배부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이 부분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임 교수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임 교수는 "2년 전 '민주당만 빼고' 소동을 불러온 것은 칼럼 저자 임미리가 아니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당의 오만이었다"며 "헌재 결정으로 기득권의 오만에 대한 완벽한 헌법적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칼럼 내용을 공직선거법상 투표 권유 행위로 보지 않은 반대 의견이 사회의 진일보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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