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서부지법 수사기밀 누설' 혐의 현직 판사, 기소유예 취소"

한영혜 입력 2022. 5. 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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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제공한 등의 혐의로 현직 판사에 대해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오후 A판사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검찰이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A판사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A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서부지법원장이었던 이태종 수원고법 부장판사와 공모해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 관련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제공하고 총무과 직원 등으로 하여금 수사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사건에 대한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범행동기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볼 때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이에 A판사는 지난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판사와 함께 수사를 받았던 이태종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A판사의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처벌 대상이 되는 직무상 비밀의 ‘누설’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판사가 총무과장을 통해 직원 등에게 비리 사건 관련 수사상황을 파악해 보고하게 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밖에 현재까지 제출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 중 직권남용 부분의 혐의가 인정된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재는 “검찰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중대한 법리오해, 수사미진,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도록 했다.

앞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A판사에 대해서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것은 누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부장판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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