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격리’ 베이징 대학생 기습 교내 시위…6·4 앞두고 中 당국 긴장

신경진 2022. 5. 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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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민봉기 구호 외치기도
베이징 여러 대학에서 방역 봉쇄 조치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트위터 캡처]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의 천안문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33주기를 앞두고 당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불만을 가진 베이징 대학생의 교내 시위가 이어지면서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4일 밤 베이징 사범대 학생 300~500여 명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학교 측의 허가를 요청하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고 홍콩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지난 4월 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퍼진 이래 베이징의 대학가는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은 채 기숙사를 사실상 무기한 봉쇄한 상태다.
이날 오후 베이징사범대 추지돤(邱季端) 체육관 앞에 학생 시위대가 집결하면서 시위를 주도한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교가를 크게 틀고 손전등을 켜는 방식으로 촛불시위를 연출하는 영상이 유포됐다. 시위대는 학교 측에 기말시험 방식과 시간, 구체적인 방학 기간을 알려 줄 것과 귀향 가능 여부, 이날 시위에 대해 추후 책임을 묻지 말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영상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널리 유포됐으나 곧 검열로 삭제됐다. 검색어 해시태그 ‘#베이징사범대시위’ 역시 금지어로 지정됐다. 시위대는 학교 측이 귀향을 허용하고 이번 시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을 것을 약속 받은 뒤 자정 넘어 해산했다.

베이징 여러 대학에서 방역 봉쇄 조치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트위터 캡처]

주목되는 부분은 이날 대학생들이 외친 구호다. 24일 오후 8시경 시작된 시위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시위 학생들이 “대초흥, 진승왕(大楚興 陳勝王)”이란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했다. 이 구호는 기원전 209년 중국 최초의 농민봉기인 진승·오광(陳勝·吳廣)의 난 당시의 반란군의 ‘암구호’였다. 사마천이 지은 역사서 『사기』에는 당시 진승이 ‘진승왕’이란 글자를 물고기의 뱃속에 넣은 뒤 수졸에게 사오도록 명령해 민간에 소문을 냈으며, 오광은 여우 소리를 가장해 “대초흥, 진승왕”을 외치게 하는 방식으로 반란 주도자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베이징 정법대에서 귀향 후 온라인 수업 청강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튿날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귀향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여러 대학에서 방역 봉쇄 조치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트위터 캡처]

지난 16일에는 베이징대 완류(萬柳) 캠퍼스에서도 과도한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있었다. 당시 학교 측이 학생 기숙사와 교직원 거주 단지 사이에 철제 장벽을 설치해 학생의 이동을 제한했다. 그러자 반발한 학생들은 “동주동권(同住同權, 동일한 거주, 동일한 권리)”를 요구하며 장벽을 실력으로 철거했다.
베이징대학 측은 지난 주말 학생들에게 전격적으로 귀향을 권장했다. 문자 통지에 따르면 “베이징 코로나 확산세가 엄중하고 학교의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학생의 귀향 신청을 허락하며 권장한다”며 “귀향하지 않을 경우 기숙사 등이 1~2개월간 봉쇄될 수 있어 식사 제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학교 측은 또 “만일 귀향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방역 조치가 강화되었을 때 원망이나 소란을 피우지 말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천안문 광장 6월 15일까지 입장 금지


중국은 6·4 천안문 33주기 대비 경계도 강화했다. 베이징시 천안문지구 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25일부터 오는 6월 15일까지 천안문광장 예약 참관 업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예약 관람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후 출입을 위해서 48시간 내 핵산 음성 증명을 추가로 요구했으며 이번에는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MS·애플, 중국서 당국 검열 협조”


한편 6·4를 앞두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버리고 중국 당국을 도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시티즌랩’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MS가 운영하는 검색엔진 ‘빙(BING)’의 검색어 자동 추천 기능에서 성적인 내용 외에 중국의 정치 지도자와 반체제 인사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자동 추천어에서 제외된 검색어로는 ‘시진핑’ ‘탱크맨’ ‘리원량(李文亮, 코로나19 발생을 처음 고발했다가 경찰 처벌을 받았던 우한의 안과의사)’ ‘장쩌민’ ‘궈원구이(郭文貴, 미국 망명 후 중국 정계의 치부를 폭로해 온 중국 경제인)’ 등이 포함됐다. 심지어 이들의 영문 이름을 제한하는 기능이 북미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작동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애플은 ‘미국의소리(VOA)’를 포함한 반중 성향의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돕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애플의 정부 업무 수석 이사인 티머시 파우들리는 이에 대해 “비록 때로는 우리가 법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더라도, 현지 법률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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