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여성 감독들이 말하는 여성이 겪는 아픔과 편견, 그리고 연대

류지윤 2022. 5.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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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여성 영화인끼리 서로 의지하고 응원해야"
'정순', 디지털 성범죄 젊은 세대만 겪을 것이라는 편견 뒤집어

한국 영화계는 여성 감독이 그려내는 여성 서사가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해외 영화계를 휩쓴 김보라 감독은 보편적인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시대의 아픔을 바라봤으며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로 현실을 방황하는 20대 여성의 청춘을, 김희정 감독은 '프랑스 여자'에서 예술가의 꿈을 접고 일상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의 쓸쓸함과 이방인의 고독을 40대 후반 여성의 삶에 투영시켰다.


올해는 신수원, 정지혜, 김정은 감독 등 여성 감독들이 신작을 통해 사회에서 편견과 사회적 약자로 내몰린 여성들의 삶을 어루만졌다.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는 우리나라 두 번째 여성 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로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서 과거와 현재 현재 여성 영화인이 겪는 고충과 그럼에도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지완(이정은 분)은 세 번째 작품을 내놓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아들에게도 '재미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핀잔을 듣는 여성 감독이다. 그는 지인의 부탁으로 우리나라 두 번째 여성 감독인 홍재원의 '여판사' 필름의 조각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196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여성 영화인의 삶이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검열을 당하고 여자가 아침부터 편집을 하러 가면 소금을 뿌리는 등 지완은 홍재원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공감과 연대를 형성한다.


신수원 감독은 '존경'이라는 뜻의 '오마주'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꿈을 잊지 않고 끝까지 버틴 여성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찬사다. 주연 이정은은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생각해야 한다. 보호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쪽수가 없다. 서로 의지하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그 속에서 각별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 여성 영화인들이 계속 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여성 영화인들이 더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감독의 '경아의 딸'은 헤어진 딸의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으로 모녀의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이야기를 그린다. 요양보호사인 경아(김정영 분)에게 딸 연수(하윤경 분)은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독립한 이후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 어느 날 연수의 전 연인이 이별의 복수를 위해 연수와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뿌리면서 모녀는 갈등을 시작한다.


경아는 딸에게 잘못을 돌리고, 연수는 일상생활은 물론 엄마와도 멀어지며 사회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김정은 감독은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사회로부터 어떤 시선을 견뎌야 하는지, 피해자가 오히려 숨어 다녀야 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모녀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주저앉지 않는다. 연수는 서서히 사회를 향해 걸어나가고 경아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아는 딸의 상처로부터 자신이 과거 남편으로부터 강제적인 성관계를 요구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여성을 향한 폭력을 연결시킨다.


모녀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자신의 치부를 가장 들키고 싶어 하지 않은 사이기도 하다. 상처도 서로 쉽게 깊숙하게 주고받는 모녀 관계는 그렇게 다시 회복된다. 이 작품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면을 수상했으며, 6월 개봉한다.


'경아의 딸'이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딸이라면, 정지혜 감독의 '정순'은 디지털 성범죄를 겪는 여성이 중년의 여성인 엄마 정순으로 설정했다. 동네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영수와 사랑에 빠진다. 영수는 둘의 관계를 스마트폰으로 찍는 걸 즐기는데 정순이 속옷만 입고 춤추는 영상을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만다. 정순의 영상은 동료들에게는 물론 이웃들에게도 퍼지게 된다. 정순은 철저히 조롱의 대상이 되고, 정선의 딸 유진(윤금선아 분)는 엄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 준비도 제쳐두고 뛰어다닌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가 젊은 세대만 겪을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은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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