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훔친 사람들은 그 돈으로 뭘 했을까_돈쓸신잡 #47
최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큰 기업에서 잇달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들이 회삿돈을 빼돌린 횡령 사건이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횡령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최소 수십억이다. 1000억 원 이상을 횡령한 사건도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10억 원 미만 횡령은 훈방 조치로 끝나겠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횡령은 그 자체로 새로운 범죄는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연달아 비슷한 범죄가 터져 나오는 걸까.
회삿돈을 훔친 저 사람들은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낸 후 원금은 다시 채워 넣으려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수익금만 챙기고 원금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을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도박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가진 걸 모두 털릴 때까지 베팅을 멈추지 못한다. 그렇게 파멸로 향한다.
이 사건들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이렇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초조함은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이 투자로 번 돈을 '공짜 점심'으로 여기기 쉽다. 내가 버는 돈은 힘들고 땀 흘려 번 돈이지만, 타인이 투자로 번 돈은 요행으로 혹은 운 좋게 거저 얻었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빠르게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알트 코인에 소중한 돈을 맡기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운이 좋으면 벌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잃는다. 주식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투자가 되기도 하고 투기가 되기도 하며 때론 도박도 된다. 같은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누군가는 투자를 하고 누군가는 도박을 한다. 남을 빠르게 따라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식을 사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도박의 끝은 좋지 않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해도, 서울대를 갔어도, IQ가 높아도 당연히 투자로 탈탈 털릴 수 있다. '한 방에 역전하겠어'라는 마음을 먹고 주식 시장에 들어왔다가 바닥은 물론이고 지하실까지 구경한 후에 내팽개쳐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마인드 세팅이다. 투자자의 자질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투자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이라고 적혀있다. 이 짧은 문장에 투자의 본질이 모두 들어있다. 투자라는 건 돈만 쏟는 게 아니다. 시간과 정성도 함께 쏟아야 한다. 그런데 오직 돈만 내던지고 시간과 정성을 쏟지 않은 채 빠르게 내 돈이 복사되기를 바란다면 결국 나중엔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오징어게임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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