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콜센터 실습생 비극, 칸 울렸다..정주리 "배두나는 굳건한 동지"
2017년 이동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여고생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19살인 그는 인터넷‧휴대전화 계약해지를 방어하며 인격모독이 가장 잦은 ‘욕받이 부서’에 배치됐다. 콜센터가 할당한 고객 응대 횟수 ‘콜수’를 못 채우면 퇴근도 못 했다. 아버지에게 “배고프다”고, 친구에겐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안타까운 전조들이 뒤늦게야 조명됐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개된 정주리(42)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이런 실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한국영화가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같은 날 현지에서 만난 정 감독은 상영 중 들려온 외국 관객들의 흐느낌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국적 상황이고 심지어 저도 잘 몰랐던 사실에서 출발해서 외국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놀랐습니다.”
‘다음 소희’는 그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데뷔작 ‘도희야’(2014)에 이어 주연 배두나와 뭉친 두 번째 장편이다. ‘도희야’에서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는 14살 도희를 지키려는 파출소장 영남이 됐던 배두나는 ‘다음 소희’에서 소희가 겪은 비인간적 고통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으로 돌아왔다. 오디션을 통해 소희 역에 발탁된 신인 김시은도 사실적인 연기로 몰입감을 더한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다음 소희’를 “칸의 숨은 보석: 도덕적 분노가 스릴러 비극을 만났다”고 소개했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정주리 감독이 또다시 칸영화제 관객을 충격에 빠트렸다”면서 신인 김시은의 “조용하고 애절한 연기”를 칭찬했다.
"아이들 비극 반복…매번 분노하고 잊어버려"
그가 각본까지 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다음 소희’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책임 통감과 회한의 몸부림이다. 댄서를 꿈꿨던 소희가 콜센터에서 시달리는 여정이 전반부를 채운다면, 후반부는 소희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이 중심이다. 학교와 기업, 교육 당국의 부당한 관행과 시스템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던 유진은 숨진 아이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어른들의 태도에 분노하고 항변한다.
"독보적 아우라 배두나, 제겐 굳건한 동지"
경찰이 된 배두나와 더 어린 여성 간의 이야기란 점에서 ‘다음 소희’는 ‘도희야’를 잇는 시리즈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두나의 “관객을 사로잡는 독보적 아우라” 때문에 첫 구상부터 그를 떠올렸다는 정 감독은 “두 작품이 유사점은 있지만 분명히 다른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또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을 받게 되고 제작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초 밤에 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배두나가) 다음날 아침 직접 만나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하겠다’고 하더라”면서 이후로도 “배두나 배우랑은 언제든, 어떤 이야기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 형사가 될지 전혀 다른 인물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고레에다 '도희야' 현장 다녀가…"같은해 상영 영광이죠"
프랑스칸=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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