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로 유명한 강화 후포항, 이건 모르셨지요?
[이승숙 기자]
▲ 밴댕이무침 |
ⓒ 이승숙 |
밴댕이는 청어과의 등푸른생선으로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에 두루 넓게 분포하지만 강물이 바다를 만나 서로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에서 나는 밴댕이를 최고로 친다. 특히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강화 연안이 밴댕이 맛이 좋기로 예로부터 유명했다.
강화 후포항, 밴댕이 거리
▲ 선수돈대 |
ⓒ 이승숙 |
마니산이 뻗어 내려오다가 바다를 앞에 두고 멈춘 곳에 선수돈대가 있다. 원래는 '검암돈대(黔巖墩臺)'라는 이름이었는데 나중에 선수돈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돈대 근처에 선수포구가 있어 그렇게 불린 듯하다.
후포항 근처 선수돈대(船首墩臺)
숙종(재위 1674~1720년)은 보위에 오르자 나라를 튼튼히 하기 위해 국방군사시설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병자호란을 겪은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의 기억은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다시는 그런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조정에서는 강화도에 48개의 돈대를 만든다.
▲ 강화도 54 돈대 |
ⓒ 이승숙 |
이후로도 강화에 돈대를 더 축조했다. 선수돈대도 나중에 만든 돈대 중 하나다. 숙종 16년(1690) 강화유수 신후재(申厚載)가 강화도의 돈대가 모두 48개라고 왕에게 보고한 사실과 숙종 22년(1696)에 발간된 <강도지(江都誌)>에 검암돈대(선수돈대)의 이름이 처음 나오는 것으로 봐서 선수돈대는 1690년에서 1696년(숙종 16~22) 사이에 만들어진 듯하다.
강화도, 5진 7보 54돈대
선수돈대는 장곶보 관할 아래 있었다. 강화에는 5개의 진과 7개의 보 그리고 54개의 돈대가 있었는데 요즘으로 치자면 대대급 규모의 부대가 5개, 중대급이 7개, 그리고 54개의 소대급 규모의 부대가 강화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만큼 강화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했다는 뜻이리라.
▲ 선수돈대 남쪽 성벽 |
ⓒ 이승숙 |
▲ 선수돈대 서쪽 성벽. |
ⓒ 이승숙 |
선수포구에서 마니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선수돈대가 있다. 차가 다니는 길에서 약 500m 정도 산을 올라가야 돈대를 만날 수 있다.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 있어서 그런지 선수돈대는 비교적 원형이 많이 남아 있다.
옛 문헌 속의 선수돈대
조선 후기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책으로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와 강도부지(江都部誌) 같은 옛 문헌에는 '선수돈대(검암돈대)의 둘레는 73보이고 성가퀴는 23개'라고 나와 있다. 또 '돈대 앞에 배를 댈 수 있으며 북쪽으로 송강돈과의 거리는 3백 50보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의 후포항이 옛 문헌에서 말한 '배를 댈 수 있는' 그곳이었으리라.
▲ 2022년 4월, 선수돈대 |
ⓒ 이필완 |
변화의 바람에 올라타서
강화에서는 물수국(불두화) 꽃이 피면 모내기를 한다. 물수국이 피었다. 밴댕이가 맛있는 철이 되었다. 선수돈대 아래 후포항도 밴댕이를 맛 보려는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밴댕이는 몸 길이가 약 15cm 정도의 작은 생선으로 떼를 지어 몰려 다닌다. 바다를 유영하던 밴댕이들이 그물에 걸렸다. 배로 끌어올릴 때 쯤이면 밴댕이는 다 죽어 있다. 제 성질을 못 이겨 파닥거리다 죽은 것이다.
▲ 출입문을 통해 본 선수돈대. |
ⓒ 이승숙 |
▲ 선수돈대 |
ⓒ 이필완 |
선수돈대에서 380여 년 전 과거를 생각한다. 병자호란으로 국토가 유린되고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져 유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했더라면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전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를 둘러싼 바람은 어디를 향해 부는 걸까. 후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선수돈대에서 시대의 바람 냄새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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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화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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