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돈 없는데 어쩌라고"..그날 서초동 S식당서 무슨일이 [法ON]

오효정 입력 2022. 5. 26. 06:00 수정 2022. 5.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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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재판에는 서울 서초동 소재의 S 식당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식당에서 2018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곽 전 의원이 가진 저녁 자리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건데요.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아들 곽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 가을 S 식당에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몫을 요구해 김씨와 다툼이 일어났다고도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지난 4일 이 법정에 나와서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것도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이 저녁 자리의 또 다른 참석자 남 변호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공판에서입니다.

지난 2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날 S 식당에서는 무슨 일이?

일단 그날 김씨와 곽 전 의원 사이 언쟁이 있었던 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공통된 진술입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김씨가 책상을 손으로 꽝 치면서 '없는 데 어쩌라는 거냐'는 이야기를 했고, 화가 나서 김씨 얼굴이 빨개진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곽 전 의원은 약간 웃거나 달래는 느낌으로 "뭐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했다는데요. 이 다툼으로 인해 그해 연말에 보기로 한 약속도 깨졌다는 게 남 변호사 기억입니다.

다만 남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몫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곽 전 의원 측은 "수익금 배분을 요구한 게 아니라 후원금을 더 내라는 농담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꺼냈습니다. 김씨가 이전보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술에 취한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후원금을 내라"고 농담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남 변호사는 "어떤 이유로 돈 이야기를 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S 식당 저녁 자리의 시점도 다르게 기억합니다. 검찰이 짚은 '2018년 가을'이 아니라, '2017년 가을'이라는 겁니다. 당시 자신의 자녀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버지회에서 만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연말 모임용 고급 식당을 예약하기로 한 것까지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또 곽 전 의원과 김씨 사이가 틀어져서 김씨가 곽병채씨 결혼식을 가지 않았는데, 결혼식 시점을 고려하면 2017년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해결해줬다고 들어"

이날 남 변호사는 김씨로부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에게 얘기해 컨소시엄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아들 곽씨를 통해 주려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연락했는지 아느냐"는 곽 전 의원 측 질문에는 발을 뺐습니다. "김씨에게 들은 얘기일 뿐,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잔류에 도움을 줬는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씨가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해체를 막아준 것과 50억을 연결지어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돈 벌자 '회장' 된 김만배

남 변호사가 이렇게 선을 긋는 이유는 과거 대장동 일당 사이에 오갔던 치열한 신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2019년에 아래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곽상도 50억은 너희들(정 회계사·남 변호사) 때문에 주는 것이다. 2015년도 검찰 수사를 곽상도가 막았으니 50억은 내가 주겠다. 대신 화천대유가 부담하기로 한 돈을 너희가 나눠서 좀 내라."

김씨가 이렇게 각종 인사와 50억을 거론하는 것은, 결국 공통 비용을 전가하기 위한 수법이었다는 것이 남 변호사 주장입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돈과 관련해 얘기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업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한 2017년도 즈음부터 김씨가 돈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냥 회장님이 되셨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곽 전 의원은 이날도 마이크를 잡아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자신은 김씨가 공통비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내건 '수단'에 불과하단 겁니다.

이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가 곽 전 의원에게 건넨 5000만원의 성격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죠. 이날도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초기에 수사를 받던 사건에 대해 곽 전 의원에게 법률 조언을 받은 대가"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곽 전 의원이 변호사비를 먼저 요구했고, '곽 전 의원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김씨의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당시 곽 전 의원이 변호사로서 한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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