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4만t 쓰레기산 옆 주민 "30년 참았다"..수도권 '매립지 전쟁'

편광현 입력 2022. 5. 26. 05:01 수정 2022. 5. 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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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 트럭들이 드나들면서 폐기물을 차곡차곡 매립하고 있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19일 오전,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엔 대형 트럭들이 분주히 드나들며 무채색 폐기물을 연신 쏟아부었다. 트럭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산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누런 흙으로 덮여있었다. 103만㎡에 달하는 매립지는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광활했다.

이 흙바닥 아래엔 4년간 서울·경기·인천에서 모인 914만t의 쓰레기가 묻혀있다. 지난해에만 242만t이 들어왔다. 그 위로는 905만t의 쓰레기를 더 쌓을 수 있다.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와 환경부는 2015년 이 매립장이 꽉 찰 때까지 계속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일정 부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지방선거 앞 '수도권매립지' 정쟁 불붙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넓은 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인천·경기의 매립용 폐기물 대부분이 향하는 수도권매립지가 선거 이슈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인천시장 후보들은 당초 예정대로 2025년 이후 사용 종료를 공약하고 나섰다. 현직 시장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영흥도에 인천 자체 매립지를 만들고, 서울·경기는 각자 처리하자고 한다. 반면 전직 시장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2026년 이전에 4자 합의로 새로운 대체매립지를 확보해 거기로 폐기물을 보내자는 입장이다.
인천에서 매립지가 큰 이슈가 되는 이유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시기가 점차 늦춰지고 있어서다. 예전 4자 합의에 따르면 현 매립지는 '3-1매립장이 포화될 때까지' 사용한다. 3-1매립장을 쓰기 시작한 2018년엔 그 시점을 2025년 말로 예측했다. 그런데 이후 폐기물 정책이 바뀌면서 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양이 줄어 포화 예상 시점이 2042년으로 늦춰졌다. 이대로라면 인천시가 '수도권 쓰레기장' 역할을 16년 이상 더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천시장 후보, 서로에 책임 떠넘겨


19일 폐기물을 실은 트럭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수도권 매립지 3매립장. 편광현 기자
전·현직 시장으로 얽힌 두 후보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박남춘 후보 측은 유정복 후보가 시장일 때 맺은 4자 합의가 사용종료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공격한다. 특히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잔여 부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단서 조항 탓에 서울·경기가 대체 매립지를 찾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 후보 측은 "박 후보가 시장 재임 중 4자 합의 사항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대체매립지 확보에 실패한 것"이라고 역공한다.

불똥은 경기도로도 튀었다. 박 후보가 대체매립지 후보로 경기 포천시가 지정됐다고 언급하면서다. 그 후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결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포천' 불똥 튄 경기, 매립지 전쟁 참전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TV 토론회 중 공개한 대체매립지 보고문건. KBS 캡처
인천 매립지 사용 가능 기한이 길어지면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수도권매립지에 대해 별다른 공약을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포천 매립지' 발언이 나오면서 경기도도 매립지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박 후보 발언 후 "경기도민을 무시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반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측은 "윤석열 정부가 경기도에 수도권 매립 대체지를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포천 시장 후보는 물론 포천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까지 나서면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안 제시보다는 "거짓말이다", "우리는 아니다"라는 비난과 반격만 난무한다.

서울은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현재 매립장을 당분간 써야 한다는 쪽이다. 그린벨트를 빼면 폐기물을 묻을 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자 합의대로 가자는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 등은 지난해 대체매립지를 공모했지만 지원한 곳이 없자 공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시만 나서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4자 합의를 빨리 재개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서울, 경기도 쓰레기 문제에 함께 부담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참았다는 인근 주민 "2025년 종료해야"


19일 인천 서구 용길동 사월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편광현 기자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은 2026년이면 대체매립지가 완공되고 인천은 매립지에서 나오는 악취·먼지로부터 해방될 거라 기대해왔다. 특히 대체매립지 약속을 믿고 이 지역에 새로 이사한 주민 항의가 크다. '쓰레기장 동네'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지역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불만이 제일 큰 곳은 수도권매립지와 가장 가까운 사월마을이다. 1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위치한 사월마을회관에선 주택 대신 빼곡히 들어선 공장들만 보였다. 동네를 드나드는 차 대부분이 폐기물 실은 트럭이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25년 전엔 깨끗한 동네였지만 지금은 쓰레기와 관련된 별별 공장이 다 들어와 있다. 그때(2018년) 이야기대로 2025년엔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장은 "법적으로 구체적 종료 시기를 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경기도 대체지 찾고 쓰레기양 줄여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인천시민 동의를 전제로 현재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는 방안을 단기 해결책으로 꼽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주변 지역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수도권매립지를 친환경으로 바꾸어야 한다. 돔식 지붕과 지하 시설로 먼지를 막고, 수송 차량을 친환경 차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서울과 경기도는 최소 7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대체매립지 조성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인천 매립지엔 2025년부터 건설 쓰레기 반입, 2026년부턴 생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서울과 경기도 건설 쓰레기를 묻을 매립장과 생활 쓰레기를 태울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새 매립지·소각장을 못 찾으면 '쓰레기 대란' 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재근 교수는 "인천 매립지도 언젠가는 포화한다. 서울과 경기도 더 늦기 전에 대체매립지를 찾고, 그전까진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면서 부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서울·경기도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또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김윤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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