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빠진 우크라 출구..폴란드 "1cm도 안돼" vs 獨 "잘못된 목표"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승리하고 이를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침공 전으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크림반도를 포함한 전체 영토의 수복인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개전 넉 달째를 맞은 가운데,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에서도 전쟁의 장기화를 막을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비 카우프만 르몽드 칼럼니스트는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제 종전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 사흘 전인 지난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국가안보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제재하겠지만, 곧 지칠 것이고 러시아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서방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가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서방은 단결된 모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이런 점 등으로 인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굴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카우프만은 진단했다.
카우프만은 이 시점에서 서방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무엇인지 규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 상황을 회복한다는 의미인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목표가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가 지금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쟁 후 유럽의 안보 질서에 대한 생각은 각각 다르다고 했다. 그는 “냉전 종식 후 러시아와 관계를 쌓아온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이 있지만, 폴란드처럼 깊은 불신을 가진 나라도 있다”고 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지 않게 하는 게 목표이고, 그 이상을 추구해선 안 된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건 완전히 잘못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준다면 서방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EU(유럽연합) 가입을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카우프만은 전쟁의 종식 방법이 또 다른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민감한 논쟁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평화조약이 2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며 “푸틴이 이미 굴욕감을 느끼고 있기에 서방이 망신을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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